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여야가 충돌했다. 국회 운영, 정부 견제를 위해 중요한 자리다. 그러나 2년마다 부딪히며 국회가 공전하는 모습은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 여야가 나눠 갖든 여당이 독식하든 일하는 국회가 중요하다.. 효율이냐 견제냐? 결국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선택에 따른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되풀이되는 여야 충돌

국회 원 구성 때마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혹은 다수당과 소수당)이 충돌하는 장면은 익히 보아온 풍경이다. 21대 국회 초반이 그랬다. 당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대부분 가져갔다. 당시 제1야당이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의회 독재"라며 반발했다.

반대로 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았던 시기엔 정부에서 제출한 핵심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줄줄이 계류됐다. 이를 두고는 '입법 발목잡기'란 논란이 일었다.

상임위원장은 소속 위원회에서 의사일정 결정과 회의 운영 및 질서유지, 발언권 부여 및 조정 등 회의 진행의 전반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다.

따라서 실질적 입법 권력의 향배가 걸린 위원장 자리를 놓고 이해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의석 비율에 따라 나누는 한국 방식

한국은 민주화 이후 여소야대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의석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나누는 방식이 굳어졌다. 교섭단체 간 협상을 통해서 자리를 배분하는 것이다.

국회법에 명문화진 않았지만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 취지는 강한 대통령제 아래에서 입법부의 권력을 분산해 행정부를 견제하자는 것이다. 다당제적 갈등을 협치를 통해 완화해보자는 선의도 있다.

 

독식의 미국, 절충형의 프랑스

미국과 프랑스의 예를 보면 우리처럼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지만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미국은 다수당이 위원장 전부를 독식한다. 2년 임기의 연방 하원도, 6년 임기의 상원도 똑같다. 이의 장점은 뚜렷하다. 책임 소재가 분명하고 정책 추진이 빠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소수 의견이 배제되고 양극화가 심해진다.

프랑스의 경우는 절충형이라 할 수 있다. 다수파가 위원장을 우선적으로 갖지만 재정위원장은 소수당 몫이다. 핵심 감시 기능을 맡겨 견제의 취지를 살리자는 뜻이다. 대신 정치적 합의가 깨지면 운영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외국 방식, 한국엔 안 맞는다

미국이나 프랑스식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대통령과 연방의회 상원과 하원 선거를 같은 날 치른다. 물론 대통령과 상하원이 다 임기가 다르지만 대통령 임기 중간에 선거를 통해 하원 의원과 상원 의원 3분의 1을 동시에 뽑는다.  2년마다 유권자의 단일한 선택이 행정부와 입법부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다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도, 선거일도 다 다르다. 민심이 시차를 두고 어긋날 수 밖에 없고 여소야대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미국과 한국의 두 제도의 장단점을 같은 잣대로 잴 수 없는 이유다.

 

독식도 분배도 대가는 있다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 입법 속도는 빨라지지만 대가가 있다. 충분한 토론 없이 법안이 통과된다. 정부 견제 기능도 약해진다.

여야가 자리를 배분하면 대표성과 견제의 취지는 살아나지만 또 다른 함정이 있다. 배분을 둘러싼 충돌로 원 구성이 한없이 표류할 수도 있다. 상임위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익숙하다.

 

■ '혼합형 모델'의 가능성과 그 맹점

국내의 경우 최근 들어 '혼합형 모델'을 선택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요지는 이렇다. 책임성과 효율성 확보를 위해 핵심 상임위는 다수당이 맡는다.

반면 예산·감사·사법 등 견제 성격을 지니는 위원회는 야당에 배분한다. 효율 및 책임과 견제의 균형을 노린 설계다.

그러나 여기에도 허점은 있다. 어떤 위원회를 '추진형' '견제형'으로 나눌지부터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결국엔 법사위 같은 소위 핵심위원회를 두고는 싸움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다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듯 완벽한 정답은 없다. 효율을 택하면 견제가 약해지고 견제를 택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핵심 견제 기능을 지닌 위원회만이라도 야당 몫으로 법제화하는 방법이 있지만, 사소한 것 하나를 놓고도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 국회 현실에서 이 조차도 합의가 가능할지는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남는 건 선택 뿐이다. 효율과 견제 중 무엇을 더 중시할 것인가. 헌법이념에 충실하게 주권자인 국민이 만족할 결정을 하는 것은 결국 국회가, 즉 정치가 답해야 할 문제다.

 

원용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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