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2년차에 들어섰다. 국정 방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핵심은 '야당과의 협치'가 아니다. '국민과의 협력'이다. 정치적 타협에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성과로 국민에게 직접 평가받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의 정치일정과 메시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 전략의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 협치 대신 성과 중심 국정운영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지난 30일 국회에서 나왔다. 야당이 퇴장한 가운데 실무형 총리 인준이 이뤄졌다. 10개 상임위원장과 예결특위 위원장도 선출됐다. 여야 합의 없이도 국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의 결과였다. 과거였다면 재논의가 이어지며 협상은 지연됐을 것이다. 이번엔 달랐다. 속도와 실행이 먼저였다.
이날 청와대 여당 원내대표단 만찬도 같은 흐름이었다. 대외 협상보다 내부 결속에 무게를 뒀다. 정책의 추진력 확보가 목표였다. 정책을 둘러싼 이견은 최소화하겠다는 것. 입법과 예산 처리에서 일사불란한 대응 체계를 만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늘 이뤄진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첫 공식 회동도 그렇다. 단순한 만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권 초반부터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갈등이 있었고 갈수록 노선 차이도 불거졌다. 파국에 이르기 전에 조기에 정리하려는 시도다. '원팀' 체제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외부 협치보다 내부 안정에 집중하고 성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 '지금 아니면 늦는다'
방향 전환의 배경엔 시간 압박이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가 관건이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 경쟁을 가속하고 있다. 우리가 대응 시기를 놓치면 격차가 구조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특히 AI 전환은 파급력이 크다. 산업 경쟁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조 전체를 흔든다. 자동화가 확산되고 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도 늘어난다. 대규모 일자리 재편은 불가피하다. 소득 양극화도 심화될 수 있다. 성장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 동시에 교육과 재훈련도 병행해야 한다. 사회 안전망 설계까지 얹힌 복합 과제다.
이에 정부가 내세운 것이 '3대 메가 프로젝트'다. 위기 인식이 여기에 집약됐다.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 구조를 바꾸는 대전환이다. 사실상 정권의 성패와 직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이 글로벌 '빅3'로 도약하느냐 하는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 그 분기점이라는 뜻이다.
다행히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하다.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반도체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인프라도 갖췄으니 이를 잘 활용하면 대도약이 가능하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도 승산이 있다.
다만 정책이 지연되면 다르다. 정치 갈등에 발목이 잡히면 위험하다. 우리가 가진 장점이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 협치를 미룬 현실적 이유
여권이 협치를 뒤로 미룬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정치 현실에 대한 판단이 작용했다. 그동안 여야 간 대립은 극단적이었다. 주요 법안마다 교착이 반복됐다. 합리적 타협은 구조적으로 어려웠다. 그런 인식이 굳어졌다.
정권 초반 1~2년은 '골든타임'으로 불린다. 이 시기에 핵심 과제를 밀어붙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동력은 급격히 약해진다. 이후엔 정치적 부담만 커지고 성과 내기는 어려워진다. 과거 정부들이 그랬다. 개혁을 미루다 흐지부지됐다. 이 사례들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결론은 분명하다. 5년은 짧다. 협치에 시간을 쓰지 않는다. 실행 가능한 정책부터 빠르게 추진해 성과를 만든다. 이를 통해 선거에서 국민의 평가를 받는다. 그 편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성과로 증명하겠다'는 메시지가 반복되는 이유다.
■ 독재 논란과 여권의 반박
이런 방식은 야당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미 '입법 독주'라거나 '사실상의 일당 지배'라는 비난도 있다. 협치 없는 국정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문제 제기다.
여권은 반박한다. 근거는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정부는 선거로 권력을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았다. 공약과 정책을 실행하면 그 결과는 다시 선거로 평가받는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구조라는 주장이다. 다수 의석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걸 독재로 규정하는 건 과도하다. 정치적 프레임이라는 입장이다.
논리는 이렇다. 인권 탄압도 권력 남용도 없다. 권위주의적 행태가 동반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속도만으로 '독재'라 부를 수 없다. 개념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정책의 옳고 그름은 공방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국민의 선택으로 판가름 난다.
■ 2년차의 승부수, 결과로 증명
이재명 정부 2년차는 선택했다. 협치보다 속도다. 타협보다 실행이다. 정치적 부담이 큰 선택이다. 동시에 가장 직선적인 승부수다.
성공하면 결실은 크다. 대한민국은 산업 구조 전환의 계기를 얻는다. 글로벌 경쟁에서도 도약한다. 반대의 경우는 다르다. 가시적 성과가 없다면 위험하다. 협치를 배제한 전략은 부메랑이 된다. 정치적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성패는 명확한 기준으로 갈린다.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프레임도 아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다. 그 결과가 기준이 될 것이다.
전계완 스픽스 대표, 원용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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