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바구니·주거비·금리, 세 개의 역설로 본 밥상 민심

 

올해 한국 경제의 거시 성적표는 화려하다. 6월 수출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70.9% 급증한 1,0225,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월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정부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2.0%에서 3.0% 1.0%포인트 올려잡았다.

 

그런데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리얼미터가 이달 3~7일 실시해 10일 발표한 조사에서 긍정평가는 43.3%, 부정평가는 53.0%였다. 긍정평가는 4주 연속 하락했고, 여당 지지율 44.6%보다도 낮았다. 이달 12일 발표된 조원씨앤아이 조사도 긍정 42.9%, 부정 54.1%로 같은 흐름을 확인했다.

 

수출과 성장률이 말하는 경제, 장바구니·주거비·대출이자가 말하는 경제가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다. 국가데이터처가 이달 4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3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해도 생활비 부담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표층의 이름은 매주 바뀐다

 

지지율 하락의 표층 원인은 매주 다른 이름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6 4주차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51%로 취임 후 최저, 부정평가는 4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 이유 1위는경제·민생·고환율’(15%)이었다.

 

7 1주차 긍정평가는 54%로 반등했지만, 3주 뒤 다시 51%로 내려왔다. 이때 부정평가 이유 1위는부동산 정책’(22%)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긍정 평가한 응답은 26%, 부정 평가는 46%였다. 경제정책 전반보다 부동산 정책이라는 특정 축이 훨씬 날카로운 취약점으로 드러난 셈이다.

 

7월 말에는 증시 급락과 부동산 세제 논란,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가, 8월에는 부동산 세제와 형사소송법 공방, 폭염 등이 함께 거론됐다. 정치·사법 이슈가 빠진 것은 아니다. 다만 6월의 경제·민생, 7월 이후의 주택·세제 논란, 8월의 폭염발 장바구니 불안은 모두 가계가 매일 지출하는 생활비 문제와 맞닿아 있다.

 

■첫 번째 역설물가는 낮아졌는데 체감 부담은 남았다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올라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석유류 최고가격 인하와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 등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근원물가는 2.6%로 전월보다 높아졌고, 31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처럼 변동성이 큰 항목을 빼고도 기조적인 가격 압력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공업제품은 3.7%, 개인서비스는 3.5%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한 달 낮아졌다고 해서, 가계가 느끼는 생활비 부담까지 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오른 외식비와 가공식품 가격, 관리비와 교통비, 교육·돌봄비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정부 대책이 전체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데 기여하더라도, 가계의 체감 부담까지 충분히 낮추지 못한다면 정치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표는 좋아져도 지지율은 지켜지지 않는다는 첫 번째 역설이다.

 

■두 번째 역설한국 물가는 싸다, 밥상만 빼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전체 가계소비 물가 수준은 78 OECD 평균인 100보다 낮다. 그러나 식료품·비주류음료만 떼어 보면 한국은 146으로 스위스(147)에 이어 OECD 2위다. 일본(121), 미국(107), 독일(95.2)보다도 높다. 전체 소비의 상대가격은 OECD 평균 아래지만, 매일 소비하는 음식료품 가격은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뜻이다. 한국 물가의 문제는 평균보다 구성의 비대칭에 있다. 이 차이는 식료품 지출 비중이 높은 가계일수록 더 무겁게 체감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민생은 국정수행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주요 이유에 동시에 올랐다. 같은 경제 상황을 두고도 성과와 부담의 평가가 엇갈렸다는 뜻이다. 반면 부동산 정책 평가는 유독 낮았다. 거시경제의 호전에도 전반적 국정 지지는 따라오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정책이 정부의 뚜렷한 취약점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여론조사만으로 장바구니·주거비·대출이자가 지지율 하락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거시 성과가 왜 가계의 생활경제 체감 개선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는지 보려면, 장바구니 물가와 주거비, 대출이자의 흐름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역설물가를 잡으려는 긴축이 생활비를 누른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리고, 경기가 식으면 금리를 내리는 것은 통화정책의 기본 원리다. 그러나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은 가계와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의 조정을 통해 다른 종류의 불안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다. 2023 1월 이후 3 6개월 만의 인상이다. 한국은행은 수출·투자 중심의 성장세 강화, 목표 수준을 상당 기간 웃돌 가능성이 있는 물가, 금융안정 리스크를 인상 배경으로 들었다.

 

금리 인상과 증시 급락, 부동산 세제 논란 등이 겹친 시기에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생활비 부담을 지지율 하락의 직접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물가·금리·주거비는 동시에 가계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물가를 방치하면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을 강화하면 이자 부담과 자산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이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시장의 추가 인상 전망과 동결 전망이 엇갈리는 것도 물가·성장·금융안정의 판단이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이다. 정책 조합이 무엇이든, 가계의 체감 비용을 낮추지 못하면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이든의 교훈거시 호황도 물가 부담을 넘지 못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비슷한 딜레마를 겪었다. 실업률은 반세기 만의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고,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했으며, 반도체·인프라 투자도 확대됐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 6 9.1%까지 치솟아 약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물가 상승률은 둔화했지만, 이미 오른 임대료와 식료품·외식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 유권자가 매달 확인한 것은 실업률 그래프보다 장바구니와 임대료 고지서였다. 바이든의 국정 지지율은 후보직 사퇴 직전인 2024 7 36%까지 떨어졌고, 그는 그달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뒤를 이은 카멀라 해리스도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물가 하나로 두 사람의 패배를 설명할 수는 없다. 바이든의 고령 논란과 후보 경쟁력 등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 그럼에도 2024년 대선에서 경제와 물가는 유권자의 핵심 판단 기준이었다. 거시지표는 현직 대통령을 자동으로 보호하지 않는다. 수출·성장·증시가 좋아도 매달 청구되는 생활비가 오르면, 그 체감은 정치적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지지율 방어전의 최전선은 가계부다

 

생활비 불안이 지지율 하락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 중 하나라면, 처방도 전체 소비자물가 관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물론 최고가격 인하와 할인 지원은 급한 불을 끄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폭염이 농산물 가격을 밀어 올리면, 정책 효과는 빠르게 체감의 벽에 부딪힌다. 이달 11일 기준 시금치 소매가격은 한 달 전보다 85.3% 치솟았고, 애호박은 44.5%, 오이는 38.7% 올랐다.

 

농산물 가격 구조를 바꾸려면 유통망 개선이 필요하다. 2024년 농산물 가중평균 유통비용률은 49.2%였다. 소비자가 농산물 1만 원어치를 살 때 생산자 수취가격과의 차액이 평균 약 4,920원이라는 뜻이다. 이 차액에는 산지 출하 이후 운송·선별·포장·도매·소매 단계의 비용과 마진이 포함된다. 엽근채소류의 유통비용률은 2023 64.3%에서 2024 58.2%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평균보다 높다.

 

온라인 도매시장과 직거래 확대, 가격 형성 과정의 공개는 할인쿠폰보다 느리고 어렵다. 그러나 유통비용과 가격 변동성을 낮추는 근본 해법이 될 수 있다. 공적 비축과 수입선 다변화, 생산기반 강화도 함께 가야 한다. 식량자급률은 2023 49.3%에서 2024 47.9%,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2.2%에서 21.6%로 낮아졌다. 국제 곡물가와 환율, 공급망 충격이 국내 밥상물가로 곧바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다.

 

국정수행 지지율을 설명하는 것은 성장률 하나가 아니다. 장바구니와 주거비, 대출이자가 한꺼번에 찍히는 가계부가 더 직접적인 정치 언어가 될 수 있다. 물가가 지지율 하락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생활경제 불안이 지속되는 한, 어떤 거시 성과도 국정 지지로 온전히 이어지기 어렵다. 지금 지지율 방어전의 최전선은 성장률 그래프가 아니라 마트 진열대와 매달 날아오는 청구서다.

 

고재학 | 에디터(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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