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세제·증시부터 검찰개혁까지정부는 하나의 결론을 내고 있나

 

청와대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2기 개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와 함께 한 달 넘게 장관이 공석인 중소벤처기업부는 개각 대상으로 확정적이며, 국토교통부와 경제 관련 부처 등을 포함한 6~7개 부처 수준의 중폭 개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개각의 핵심은 장관을 몇 명 바꾸느냐에 있지 않다. 부동산·세제·증시 정책부터 형사사법체계 전환까지, 누가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는지, 그 결론이 국민에게 하나의 언어로 전달되는지, 결과가 어긋났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를 분명히 하는 데 있다.

 

지금 정부에는 경제정책을 조율할 두 개의 중심축이 있다.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정책의 총괄·조정과 세제·국고·국제금융을 맡는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통령의 국정 기조와 핵심 정책을 조율하는 장관급 참모다. 제도상 권한을 가진 경제부총리와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가까운 정책실장이 같은 그림을 그릴 때, 정책의 결정권과 책임 소재는 분명해진다. 반대로 두 축의 역할이 흐려지면, 각 부처와 여당까지 서로 다른 신호를 내는 순간 시장은 정책 내용보다 정부 내부의 의사결정부터 의심하게 된다.

 

한국갤럽이 이달 11~13일 실시한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4%, 부정 평가는 46%로 취임 후 처음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다. 전국지표조사(NBS) 이달 둘째 주 조사에서도 긍정 평가는 49%로 취임 후 최저치였고, 정부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본 응답은 56%였다. 지지율 하락을 부동산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주거·세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정치적 부담으로 번졌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장관 교체보다 결정권과 책임

 

법무부와 중기부 후임 인선은 더 미룰 수 없다. 법무부는 장관 사의 수용에 따른 공백을 신속히 정리해야 하고, 중기부 역시 장관 공석이 길어질수록 소상공인·중소기업·벤처 정책의 추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석을 채우는 일은 행정의 출발점이지 중폭 개각의 정치적 의미를 설명하는 답은 아니다. 국민이 묻는 것은 후임 장관의 이름만이 아니다. 공급 확대 발표에도 부동산 불안이 가라앉지 않은 이유, 세제와 증시 정책이 시장에 일관된 신호를 주지 못한 이유, 검찰개혁 전환 과정의 빈틈과 충돌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정부는 답해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개각은 정책 혼선의 해법이 아니라 책임을 아래로 옮기는 인사로 읽힐 수 있다. 경제부총리와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각 부처의 발표를 사후 정리하는 역할을 넘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마지막 결정을 내리며 그 결과를 책임지는 주체로 서야 한다.

 

부동산은 누가 결론내나

 

부동산 민심의 핵심은 공급 물량의 크기만이 아니다. 시민과 시장은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는지보다 다음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측할 수 있는지를 본다. 공급 목표가 제시돼도 세제·금융·인허가와 지방정부 협의가 어떻게 맞물릴지 보이지 않으면 시장은 공급 의지보다 실행 가능성부터 의심한다.

 

주택 공급은 국토부의 소관이지만 보유·거래 세제는 재경부, 가계대출과 부동산 금융은 금융당국, 도심 공급과 인허가·도시계획은 지방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엇갈리면 국토부 장관을 교체해도 정책은 달라지지 않는다.

 

용산공원 청년주택 논란은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도심 주택 공급의 필요성과 국가공원 조성 원칙, 공공자산 활용의 기준은 모두 공익적 가치다. 관건은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입장이 충돌할 때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이 시민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되느냐가 중요하다. 다음 공급·세제·금융 대책에서 재경부와 대통령실이 하나의 기준, 하나의 시간표, 하나의 메시지를 낼 수 있는지가 첫 번째 시험대다.

 

두 컨트롤타워의 시험

 

대국민 발표에 앞서 경제정책을 조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새롭지 않다. 역대 정부는 경제기획원, 경제부총리제, 기획재정부를 거쳐 다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조직을 바꿔 왔다. 부처별 정책이 따로 움직일 때 시장이 먼저 비용을 치른다는 경험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조직을 다시 손볼 이유를 찾기 전에, 이미 있는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부동산·세제·증시처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에서 두 사람이 하나의 결론을 만들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2025 9월 조직개편 발표 직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예산 기능 분리로 정책 조율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지 않는다"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1 30일 세제동우회 신년 인사회에서는 예산 기능이 기획예산처로 넘어간 뒤 재경부에 남은 핵심 정책 수단이 세제에 집중돼 있다며 "현재 재정경제부는 건국 이래로 가장 약한 부서가 됐다"고 말했다. 취임 초기의 '시너지' 약속과 불과 몇 달 뒤 나온 '최약체' 인식의 간극은, 이 정부 경제정책 조정 체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압축한다.

 

구 부총리는 취임 1년을 맞은 올해 7월에도, 재경부 권한 축소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전면 등장을 배경으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주도권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 사이에서 정책의 최종 결정권과 책임자가 분명한지부터 검증해야 한다.

 

보유세를 둘러싼 최근 갈등은 같은 패턴을 보여준다. 정부는 이달 3일 비거주 1주택자 등의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부담을 높이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열흘 뒤인 13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효과도 대상자도 크지 않은 비거주 1주택 과세를 굳이 지금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반발이 쏟아졌다. 한 재선 의원은 "이대로면 총선도 어렵다"고 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이 방향을 내놓은 뒤 여당 내부에서 제동이 걸리는 이 과정은, ··대가 정책의 시간표와 메시지를 얼마나 정교하게 맞추고 있는지 보여준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둘러싼 지난해의 번복도 같은 흐름이었다. 정부는 2025년 세제개편안에서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환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개인 투자자의 반발과 여당 요구 속에 약 6주 만에 50억원 유지로 되돌아갔다. 정책 수정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발표 뒤 여당과 시장의 반발이 커진 뒤 수습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시장은 정책의 방향보다 정부 내부의 힘의 관계를 먼저 읽게 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정책의 추진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묻게 하는 또 하나의 사례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올해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스닥에서는 가능한 것을 왜 국내에서는 못 하게 하느냐"며 관련 상품 도입에 대한 문제의식을 밝혔고, 이후 금융위원회는 관련 규정 개정을 거쳐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 출시를 허용했다. 야당 일각에선 이를 사실상의 도입 지시로 보고 김 실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시장 변동성 논란이 커지자 김 실장은 재경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F4 회의에서 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보완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실장이 추진 동력을 만들고 금융당국이 제도를 설계하며 F4가 사후 보완을 논의하는 구조라면, 정부는 위험평가와 최종 결정, 사후 책임의 주체가 각각 누구인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중기부 인선도 이 틀에서 봐야 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청년 창업자가 체감하는 자금 부담과 소비 위축은 경제정책의 주변부가 아니다. 중기부의 현장 요구가 재경부와 대통령실의 의사결정에 실제 반영되는 통로를 만들지 못한다면, 후임 장관의 전문성도 정책의 주변에서 소진될 수밖에 없다.

 

법무는 완결성으로 증명한다

 

법무부 장관 인선은 경제정책과 다른 방식으로 개각의 실질을 가른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은 법률에 따라 10 2일 출범한다.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라는 형사사법체계의 큰 전환까지 불과 40여일 남았다.

 

따라서 지금은 개혁의 구호를 더 크게 외칠 때가 아니다. 전환의 완결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뒤 사건이 어떤 경로로 접수·수사·송치·기소되는지,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사건 처리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피해자 보호와 수사 공백을 어떻게 막을지가 핵심이다.

 

새 장관은 국회 입법 과정의 보완 과제와 전환기 시간표, 검찰·경찰·중수청의 역할 분담을 제시해야 한다. 출범 이후 사건 처리 지연이나 수사 공백이 발생할 경우 무엇을 어떻게 수습할지도 사전에 설명해야 한다. 제도적 완결성을 확보하지 못한 정치적 인선은 개혁의 추진력이 아니라 갈등의 증폭 장치가 될 수 있다.

 

첫 충돌이 성적표다

 

이번 개각이 '2'인지 아닌지는 임명 발표 당일이 아니라 첫 번째 정책 시험대에서 판가름 난다. 부동산·세제·금융 대책이 맞물리는 다음 발표에서 정부가 하나의 숫자, 하나의 시간표, 하나의 메시지를 낼 수 있는가. 용산공원 청년주택처럼 공급과 보전,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이해가 맞부딪힐 때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론을 내리는가. 10 2일 공소청·중수청 출범 뒤 사건 처리 지연이나 수사 공백이 나타날 경우, 법무부가 사전 설계와 대응 책임을 입증할 수 있는가.

 

이 세 장면에서 책임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번 개각은 새 내각의 출범이 아니라 책임의 분산으로 남는다. 장관 명단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충돌에서 누가 결론을 내리는지, 그 결론이 틀렸을 때 누가 이름을 걸고 책임지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고재학 | 에디터(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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