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은 '보완수사권 허용' 아닌 '시민 통제'

-여론 악화에 흔들리는 민주당검찰 회귀는 개혁의 후퇴다

광주 장윤기 사건은 하나의 강력범죄로 끝나지 않았다. 경찰이 초기 수사에서 '강간살인'이라는 중대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고 피해자 측의 호소마저 축소·왜곡했다는 의혹이 이어지면서, 이 사건은 한국 형사사법 체계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는 창()이 됐다.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내려앉았고, 정치권에는 오래된 질문이 되돌아왔다. 경찰을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질문은 옳다. 그러나 지금 국회에서 나오는 답은 과녁을 비껴가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일부 되살려 경찰을 견제하자는 것이다. 경찰 수사가 부실했으니 검찰에게 다시 들여다볼 권한을 주자는 논리다. 익숙하고, 손쉽고, 그래서 위험하다. 30년간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 쥐고 만들어낸 선택적 수사와 표적 수사의 문을 다시 여는 일이기 때문이다. 경찰 통제의 공백을 검찰 권한의 복원으로 메우는 순간, 우리는 통제 장치 하나를 얻는 대신 통제 불능의 권력 하나를 되살리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는 여전히 압도적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장윤기 사건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예외를 두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14일 오전 홍기원 의원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등에 한해 허용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성폭력·스토킹·가정폭력과 아동·장애인·노인 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 범죄, 피의자 구속 사건,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사건 등을 예외 사유로 명시했다. 홍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의 초점은 단순히 검찰 권한을 줄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데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공동발의에는 고민정·곽상언·김남희·문진석·모경종·민홍철·박균택·박희승·이소영·주철현 의원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같은 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수사 공백과 피해자 보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도 "보완수사권의 전면 폐지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피해자 보호라는 문제의식은 정당하다. 그러나 그 해법을 검찰에서 찾는 순간 논의는 다시 낡은 자리로 끌려간다. 폐지냐 예외냐를 두고 다투는 동안, 정작 물어야 할 질문은 사라진다. 비대해진 경찰권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 답은 검찰이 아니다. 시민이다. 경찰을 시민이 통제하는 제도를 세우는 일, 9년 전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했으나 끝내 완성되지 못한 그 설계도를 다시 꺼내는 일. 장윤기 사건이 요구하는 것은 검찰개혁의 후퇴가 아니라 경찰개혁의 완성이다.

 

원칙의 문제-수사·기소 분리는 왜 후퇴할 수 없는가

예외를 두자는 주장이 왜 원칙의 훼손인지를 보려면, 수사·기소 분리가 무엇을 겨냥한 설계였는지부터 되짚어야 한다. 검찰개혁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여러 모델과 법안이 쏟아졌지만, 목표는 하나로 수렴했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떼어내는 것이다. 한국 검찰은 오랫동안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어 왔고, 그 권한이 정치권력과 맞물릴 때마다 선택적 수사, 표적 수사, 봐주기 수사 논란이 되풀이됐다. 정권에 따라 칼끝의 방향이 달라졌고, 어떤 사건은 끝내 덮였으며, 어떤 사건은 정권 교체와 함께 되살아났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 강력한 권한 구조를 해체하자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구상은 그 문제의식의 산물이다. 검찰은 기소를 중심으로 역할을 재편하고, 직접 수사는 독립된 수사기관이 맡는 설계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보완수사권이 걸림돌로 떠오른다. 권한을 형식적으로 나눠 놓아도 검찰이 경찰 수사를 언제든 보완하고 지휘할 통로를 쥐고 있다면, 분리는 이름만 남기 때문이다. 보완수사권은 명분상 경찰 수사의 질을 높이는 통제 장치로 설명돼 왔다. 검찰이 경찰의 수사 결과를 검토해 미비점을 지적하고 추가 수사를 요구함으로써 사건의 실체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권한은 중립적인 품질 관리 도구로만 쓰이지 않았다. 수사의 방향을 틀고, 어떤 사건은 키우고 어떤 사건은 뭉개는 지렛대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오래 축적돼 왔다.

 

'예외적 허용'이라는 절충안이 위태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외의 목록은 늘 넓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민생침해 범죄, 구속 사건, 공소시효 임박 사건. 어느 것 하나 반대하기 어려운 명분이지만, 이 항목들을 합치면 검찰이 들여다볼 수 있는 사건의 범위는 결코 좁지 않다. 강력사건 대부분이 그 안에 들어온다. 원칙은 조문에 남고, 실제 운용은 예외가 지배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것은 검찰이 수사를 사실상 지휘하고 개입하는 통로이며, 권한 남용의 문을 반쯤 열어두는 장치다. 장윤기 사건이 경찰 수사의 허점을 드러냈다고 해서 그 해법을 "검찰에게 옛 권한을 돌려주자"에서 찾을 수 없는 이유다.

 

"경찰을 경찰이 감찰해선 안 된다"-시민 통제의 설계도

문제는 그 원칙의 다른 한쪽이 비어 있다는 데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출범한 경찰개혁위원회는 검찰개혁과 함께 '경찰권의 민주적 통제'를 과제로 삼았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커지는 만큼 경찰 역시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위원회는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자치경찰제 도입, 외부 감시·감찰체계 구축 등을 권고하며 '경찰을 경찰이 통제하지 않는 구조'를 설계하려 했다. 그러나 권고안 상당수는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부담스러운 과제로 분류되며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그 결과가 지금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걷어내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경찰 수사를 시민이 통제할 제도적 장치는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장윤기 사건을 맞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검찰이라는 낡은 답이 아니라, 비어 있는 퍼즐 조각을 다시 꺼내는 일이다. 경찰개혁위원회에 참여했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찰권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최소한 경찰을 시민이 통제하는 시스템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논의가 정치권과 경찰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과제로 취급되면서 핵심이 빠진 채 마무리됐다고 지적했다.

 

그가 내놓는 첫 번째 해법은 외부위원 중심의 독립 감찰·조사위원회다. 지금까지 경찰 수사에 대한 감찰은 대부분 경찰 내부에서 이뤄졌다. 경찰이 경찰을 감찰하는 구조에서는 조직 논리와 관행이 인권침해와 축소 수사를 덮는 데 동원되기 쉽다. 인권 전문가와 시민사회, 학계, 지역사회 대표로 구성된 독립 기구가 문제가 제기된 사건에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모델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장윤기 사건처럼 언론과 시민단체를 통해 의혹이 불거지면, 경찰 내부 감찰에 앞서 이 위원회가 먼저 움직이는 방식이다. 수사 과정의 인권침해, 사건의 축소·왜곡, 지역 권력과의 유착 여부가 집중 조사 대상이 된다.

 

오 사무국장은 "검찰이 경찰을 감시하는 구조로 돌아가자는 것은 검찰개혁을 포기하자는 말에 가깝다" "외부위원회는 검찰과 행정부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독립 기구여야 수사·기소 분리 원칙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토호경찰의 뿌리-인사와 조직을 바꿔야 사건이 반복되지 않는다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문제는 사건의 문제이자 구조의 문제다. 14만 명에 이르는 경찰 조직은 여전히 중앙집권적이다. 인사와 예산, 정책 방향은 중앙에서 결정되고 현장은 지침을 수행하는 데 가깝다. 이런 구조일수록 지역 토호와 경찰, 정치권이 얽힌 네트워크가 자라기 쉽다. 치안과 수사의 책임을 권역별로 분산하고 주민 참여를 제도화하는 지역자치경찰 모델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한 지역에 장기간 머물며 유착 위험이 커진 이른바 '토호경찰'을 전국 단위로 순환·재배치하는 장치가 더해져야 한다. 일정 기간 이상 같은 지역에서 근무한 경찰은 다른 권역으로 이동하도록 하고, 인사 시스템이 유착 가능성이 높은 보직과 지역을 상시 점검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구조가 바뀌면 개별 사건을 뒤집기 위해 검찰이 그때그때 개입하는 비정상적 통제에 기댈 필요도 줄어든다.

 

'거수기' 된 국가경찰위원회 - 심의·의결권은 조문에만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를 국정과제로 올렸고, 경찰개혁위원회는 이를 단순 자문기구에서 벗어나 경찰의 인사·예산·정책을 심의·의결하는 민주적 통제 기구로 재편하도록 권고했다. 위원 추천권을 행정부와 국회, 대법원, 시민사회에 분산해 특정 권력이나 조직이 위원회를 장악하지 못하게 하고, 조직·인사·예산·정책에 대한 심의·의결권과 감찰 요구권, 수사 관행 개선 권고권을 부여하는 밑그림이었다.

 

그러나 이 구상은 법 개정의 고비마다 밀려났다. 경찰법 개정과 자치경찰제 도입, 수사권 조정 등 실질화를 담아낼 계기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갈등 소지가 큰 안건으로 분류돼 번번이 후순위로 내려갔다. 국가경찰위원회가 이름만 심의·의결기구일 뿐 실질은 자문기구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실제 최근 5년간 상정된 안건의 60% 이상이 경찰이 올린 원안 그대로 통과됐고, 부결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검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한 발 빠졌고, 행안부의 경찰국은 정당성 논란 끝에 사라졌으며, 국가경찰위원회는 법에만 있고 역할은 없다"며 경찰 통제의 책임 주체가 사라진 지금이 가장 위험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경찰국은 사라졌다 빈자리를 검찰에게 되돌릴 것인가, 시민에게 넘길 것인가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신설한 행정안전부 장관 직할 경찰국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국정기획위원회가 '경찰국 폐지'를 신속과제로 제안했고, 지난해 8월 국무회의에서 행안부 직제 개정령이 의결되면서 경찰국은 출범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은 지난 정부가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그대로 행안부와 경찰의 관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행정부가 경찰을 직할하는 통로는 그렇게 닫혔다. 문제는 그 자리를 대신할 장치가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정부는 경찰국 폐지와 함께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를 약속했지만, 구체적 설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자치경찰제 역시 단계적 확대 방침만 서 있고, 올해 하반기 시범 운영을 목표로 잡고 있다.

 

시간표는 촉박하다.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검찰청 폐지와 후속 조치가 10월 초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검찰의 손이 수사에서 완전히 떨어지는 시점까지 석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경찰의 권한은 커지는데, 그 권한을 붙들 제도는 아직 도면 상태다. 이 통제의 공백기에 장윤기 사건이 터졌다.

 

남은 시간 석 달 원칙을 지키면서 빈자리를 채우는 법

검찰로 돌아가자는 유혹은 강하다. 이미 존재하는 권한을 되살리기만 하면 되고, 당장의 사건 하나를 뒤집는 데는 효과도 빠르다. 그러나 그 대가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의 후퇴이며, 30년간 반복된 선택적 수사와 표적 수사의 문을 다시 여는 일이다. 경찰국을 폐지한 이유가 '정치권력의 경찰 장악'을 막기 위해서였다면, 검찰의 경찰 지휘를 되살리는 것은 그 문을 뒷문으로 다시 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빠른 답이 옳은 답은 아니다.

 

시민 통제는 더디지만 구조를 바꾼다. 외부위원 중심의 독립 감찰·조사위원회, 지역자치경찰 권역화와 토호경찰 재배치,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이 세 축은 검찰에도 경찰에도 행정부에도 포획되지 않는 견제 장치를 만든다. 어느 것도 새로운 발명이 아니다. 이미 9년 전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했고, 지금 정부가 공약했으며, 국회에 법안으로 올라가 있는 것들이다. 남은 것은 처리할 의지뿐이다.

 

물론 시민 통제 모델에도 물음표는 남는다. 강제 수사권 없는 외부위원회가 조직적 은폐 앞에서 실효를 낼 수 있는가,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가 또 다른 정치적 임명 통로가 되지는 않는가. 답은 설계의 정밀함에 달려 있다. 그러나 그 물음이 검찰로 되돌아갈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검찰 모델은 이미 30년간 답을 내놨고, 그 답이 지금의 검찰개혁을 불렀다.

 

장윤기 사건이 남긴 과제는 그래서 분명하다.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검찰개혁의 원칙을 지키면서, 비어 있는 그 자리를 시민의 통제로 채우는 일이다. "경찰도 견제해야 한다"는 상식적 요구에 국회와 정부가 "검찰을 다시 강화하자"는 낡은 해법으로 답한다면, 우리는 3년 전 경찰국을 만들던 자리로, 30년 전 검찰이 모든 것을 쥐고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 사건은 검찰개혁을 되돌리라는 신호가 아니다. 경찰개혁을 서두르라는 요구다. 그렇게 읽을 때, 권한과 통제의 균형은 비로소 시민의 편에 설 수 있다.

 

고재학 | 에디터(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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