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월세 평균 156만 원, 영끌·전월세 서민에 사실상 '증세' 초래

-빚 탕감만으론 '월세민국' 못 깬다이재명 정부, 주거·내수 패키지를 설계하라

 

한국은행이 3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 0.25%포인트 올렸다. 숫자만 보면 미세조정 같지만, 이미 숨만 쉬어도 월세·관리비·생계비가 월 150만 원을 훌쩍 넘는 서울 서민 가계에는 또 하나의 고지서가 날아온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올해 5월 기준 156 6,000(한국부동산원)까지 치솟았다. 1년 전(141 5,000)보다 10.67% 오른 값으로, 역대 최고치다. 전세사기 불안과 전세 대출 규제, 전세 매물 감소가 겹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현실이 된 임대차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이자와 월세를 동시에 끌어올린다. 이번 인상 자체가 수도권 집값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을 잡으려는 고육책인 만큼, 금리를 되돌리라 요구하기는 어렵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상의 충격을 흡수할 주거·내수 안전망이 함께 가야 한다. 금리를 올린 건 한은이지만, 그 충격을 관리할 정치적 책임은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몫이다.

 

■영끌·전월세 서민에게 금리 인상은 사실상 '증세'

이번 금리 인상의 직격탄은 변동금리이거나 담보인정비율(LTV)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을 안고 있는 이른바 '영끌' 가구가 맞을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 변동금리와 주담대 금리가 시차를 두고 따라 오르고, 그만큼 월 상환액도 자동으로 늘어난다. 세율을 올리지 않았을 뿐, 서민 가계 입장에서는 '이자 증세'에 가까운 효과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단순 투기 세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금리 시기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설계해 놓은 대출·규제·부동산 구조 안에서, 합법적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기 집을 마련한 계층이다. 이제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실질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자만 늘어나는 구조다. 생활비를 줄이거나 추가 대출에 의존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출구가 없다. 이 선택은 곧바로 내수 축소형 버티기로 이어진다. 가장 먼저 잘려 나가는 것은 식비·의류·문화·외식·여가 소비다.

 

전월세 서민도 금리 인상과 무관하지 않다. 주담대를 안고 있는 집주인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전세를 반전세·월세로 돌리거나 임대료를 올려 비용을 전가하려는 유인이 강해진다. 이미 아파트 전세난이 오피스텔·빌라로 번지면서, 서울에서 월세 100만 원 이상 오피스텔 계약은 4년 새 363% 폭증했다. 여기에 대출 이자 인상분이 더해지면, 서민 가계의 '월세+이자'는 서울 기준 월 200만 원을 넘어선다. 금리 인상 이전과 비교하면, 서민 가계에는 매달 나가는 고정지출이 그만큼 더 늘어나는 셈이다.

 

■서울 임대차의 70%가 월세사다리 없는 '월세민국'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를 보면, 서울 임대차 시장의 체질은 이미 '월세민국'으로 재편됐다. 올해 1∼4월 누계 기준 서울 전월세 거래의 70.0%가 월세로, 전년 동기(63.6%)보다 6.4%포인트 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파트만 따로 봐도 서울 월세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50.8%)을 넘어섰고, 전세 선호가 뚜렷하던 아파트 시장에서마저 무게추가 월세로 넘어갔다.

 

특히 신축 단지와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월세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전세는 줄고 월세는 늘면서, 10년 전만 해도 내 집 마련의 사다리 역할을 했던 전세 제도가 급속히 축소되고 있다. 서울 외곽의 대표적 서민 주거지에서도 200~300만 원대 월세 계약이 더 이상 낯선 숫자가 아니다.

 

이제 서울에서는 "전세를 구할 수 있느냐"보다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느냐"가 삶의 기준이 됐다. 그 기준 위에서 설계된 주거·복지·내수 정책은 이미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서민·청년·자영업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삼아온 여권이 스스로 자기 기반을 갉아먹는 선택이다.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는 150만 원, 내수는 어디서 줄어드는가

월세·이자·관리비·핵심 생계비가 고정비로 늘어나면, 서민 가계는 가장 먼저 선택 소비를 줄인다. 외식·문화·여가·의류·전자제품, 그리고 이른바 '지방·골목 소비'가 타격을 받는다. 통계상 소비지출 감소라는 숫자를 넘어, 곧장 골목상권·서비스업·자영업의 붕괴로 이어진다.

 

서울 임대차의 70%가 월세라는 것은, 서민이 손에 쥔 월급의 상당 부분이 매달 집주인과 은행으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이 돈은 동네 가게와 시장을 돌지 못하고, 임대료와 이자로 묶여 버린다. 결국 골목상권과 내수로 돌아야 할 돈이 그만큼 줄어든다. 그 구조가 고착되면, 수출·반도체·성장률 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체감 경기는 끝내 따라오지 않는다. 서민·청년·자영업층이 월세와 이자에 눌려 소비를 줄이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만은 단순히 "경제가 안 좋다"가 아니라 "정부가 내 삶의 조건을 방치했다"로 바뀐다. 기준금리 인상은 그런 불만을 폭발시키는 격발 장치가 될 수 있다.

 

■금리 인상과 빚 탕감, 같은 질문 앞에 선 두 사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경제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우리 사회의 빚 탕감 관행을 "가혹하리만큼 엄격하다"고 비판했다. 상환 능력을 잃은 장기 연체 채무를 신속히 정리해 재출발시키는 것이 사회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였다. '빚 탕감은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단언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 인상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지점을 짚었다. 그는 향후 이자 부담이 커질 취약계층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에서 선별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금융정책이 필요하고, 정부·금융당국과 조화로운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린 통화당국 수장이 스스로, 충격 완화는 정부와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인정한 셈이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두 사람은 사실상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서도 사람을 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한쪽은 빚 탕감으로, 다른 한쪽은 정부와 조화를 이루는 선별적 금융정책으로 답한다. 방향은 같은데, 두 답은 아직 하나의 패키지로 만나지 않았다.

 

■빚 탕감만으론 '월세민국'을 못 깬다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적인 채무 탕감 주문은 방향성 면에서 타당하다. 상환 능력을 상실한 장기 연체자를 파산·면책·채무조정을 통해 다시 경제활동에 복귀시키는 것은 개인·가계·사회 모두에 도움이 된다. 연체 채권을 쌓아두고 추심을 반복하는 것보다, 정리와 재출발을 통해 노동·소비·창업으로 복귀시키는 편이 내수와 사회 안정에 더 이롭다.

 

하지만 빚을 탕감해도,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156만 원과 임대차의 70% 월세 현실은 그대로 남는다. 이자·월세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빚 탕감은 "숨이 막힌 사람에게 잠시 산소를 쥐여주는 조치"에 그칠 위험이 있다. 산소가 끊기면, 같은 구조 속에서 사람은 다시 빚을 진다. 빚 탕감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설계해야 할 것은 '사람 살리는 금융'을 넘어선 '사람 숨 쉬게 하는 주거·내수 패키지'. 빚 탕감은 그 패키지의 한 축일 뿐, 전체가 될 수는 없다.

 

■이재명 정부·여권이 고민해야 할 세 가지 정책 패키지

첫째, 빚 탕감을 '취약계층 구제'에서 '내수 회복 인프라'로 재정의해야 한다.

상환 능력이 없는 게 분명한 장기 연체자에 대해, 반복된 추심과 이자 축적이 아닌 조기 정리·재출발을 전제로 하는 구조적 탕감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파산·면책·채무조정 절차를 간소화·표준화해, 빚 때문에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빚 정리 후 노동·소비·창업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가혹한 추심·연체 관리 관행을 '진짜 도덕적 해이'로 규정하는 법·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둘째, 금리·임대·세제를 묶은 '주거비 완화 패키지'를 내놔야 한다.

금리 인상기에는 영끌·취약차주에 대한 일시적 이자 경감·상환유예 프로그램, 그리고 임대료 상한·인상률 캡·장기계약 인센티브를 결합한 월세·반전세 상한제를 검토해야 한다. 서울 임대차의 70%가 월세인 상황에서, 월세·반전세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와 임대료 소득공제를 강화해 '월세 156만 원 시대'의 체감 부담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공공임대·중장기 고정 임대료 주택을 통해 '서울살이의 바닥'을 깔아야 한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고정 임대료·장기 계약이 가능한 공공임대·매입임대·분양전환형 주택을 확충해 청년·서민·취약계층에게 '서울에서 살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바닥'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서민·청년·자영업층의 정치적 신뢰를 지키는 핵심 인프라다.

 

■서민경제 삼중고, 여권의 침묵도 선택이다

금리를 올린 주체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다. 그러나 그 충격을 관리할 정치적 책임은 집권 여당과 청와대가 함께 진다. 기준금리 인상이 영끌 가구·전월세 서민의 월 지출을 늘리고, 서울 임대차의 70% 월세 구조를 더 공고히 만드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빚 탕감만으로는 이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권이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빚 탕감의 찬반이 아니다. 월세와 이자에 짓눌린 지지층의 삶을 어떻게 회복시키면서도, 정책의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보다 정교한 정치 전략이다. 당장 손댈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변동금리 취약차주에 대한 한시적 상환유예와 이자 경감, 그리고 월세 세액공제 확대는 입법·행정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볍다. 여기서부터 신호를 주고, 공공임대 확충과 월세·반전세 상한 논의로 확장하면 된다.

 

서민경제가 금리·월세·빚의 삼중고에 짓눌리는 동안 여권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무대책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선택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자·임대료·빚 탕감을 하나의 정치 의제로 묶어낼 수 있을 때, 이재명 정부는 '사람 살리는 금융'을 넘어 '사람 숨 쉬게 하는 주거·내수 정책'을 만들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던진 질문은 분명하다. 이 질문에 답할지, 그냥 시간이 해결해 주길 기다릴지는 청와대와 여권의 선택이다.

 

고재학 | 에디터(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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