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원희룡 첫 대면조사, 쟁점은 '노선 변경'이 아니라 '백지화'

-절차의 공백과 동기, 둘 중 하나만 비어도 결론은 3년 전과 같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전 10시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에 출석한다. 2차 종합특검 출범 이후 첫 장관급 피의자 대면조사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이 처음 불거진 뒤 3, 김건희 특검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문을 닫은 지 반년여 만이다. 수사기관이 유력 정치인을 피의자로 부를 때 한국 정치는 이를 기소 여부의 저울로 읽어 왔다. 그러나 지금 물어야 할 질문은 원희룡의 신병이 아니다. 3년이 걸렸는가다.

 

■실무선에서 멈춘 수사, 대법원이 걷어낸 우회로

사건의 뼈대는 단순하다.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양서면 종점 노선을, 국토부가 2023 5월 김건희 일가 토지가 있는 강상면 종점으로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원희룡 전 장관은 그해 7월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민중기 특검은 실무선까지는 올라갔다. 종점 변경 실무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국토부 서기관 김 모 씨와 한국도로공사 직원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윗선으로 지목된 원희룡의 혐의는 규명하지 못한 채 수사 기간이 끝났다.

수사가 실무진에서 멈춘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특검은 김 서기관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던 중 현금 뭉치를 발견해 출처를 추적했고, 양평고속도로와 무관한 국도 공사 관련 뇌물 혐의를 포착해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이를 특검법상 수사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별건 수사로 보고 공소기각했고, 지난달 24일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김건희 특검이 기소한 사건 가운데 첫 공소기각 확정판결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이 사건의 성격을 정확히 드러낸다. 대법원은 해당 공소사실에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수사 대상을 벗어난 수사와 그에 따른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본류를 비워 둔 채 옆으로 갔다는 사실이 판시에 그대로 담긴 셈이다. 특검은 공소기각 확정 다음 날 이 사건을 국가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했고, 양평고속도로 의혹 본류는 경찰을 거쳐 2차 종합특검으로 넘어왔다.

여기에는 제도 변수도 겹쳤다. 특검 수사 개시 이후인 2025 9월 국회에서 특검법이 개정되며 '관련 범죄행위' 규정이 신설됐고, 법원은 이를 근거로 수사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했다. 특검이 우회로를 택했다는 사실과, 그 우회로가 수사 도중 좁아졌다는 사실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우리는 권력자의 사익 추구가 끝내 단죄되지 않았다는 아쉬움 때문에 이 대목을 건너뛸 수는 없다. 뇌물 혐의로 우회했다는 것은 정공법으로 갈 증거가 부족했다는 방증이고, 법원이 이를 걷어냈다는 것은 그 우회가 실패했다는 뜻이다. 수사의 정당성이 스스로 훼손되는 순간, 방어하는 쪽에는 '정치 수사'라는 프레임이 손쉽게 성립한다. 원희룡은 2024년 총선과 전당대회에서 잇달아 패한 뒤 당직도 공직도 없는 원외 인사로 남아 있다. 방패가 두터워서 3년이 걸린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연의 상당 부분은 수사가 스스로 만든 허점에서 비롯됐다.

 

■이번 소환의 표적은 '노선'이 아니라 '백지화'

이 지점에서 이번 조사의 성격이 갈린다. 다수 언론이 '윗선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원희룡에게 직접 적용된 혐의의 표적은 종점 변경 지시가 아니다. 특검은 진행 중이던 국가사업을 적법한 절차 없이 백지화한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 전 장관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다만 특검은 원희룡이 출석할 경우 의혹의 몸통인 종점 변경에 개입했는지도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입건된 혐의는 백지화, 규명하려는 것은 노선 변경. 이 이중 구조가 23일 조사의 실체다. 노선 변경 지시는 입증 부담이 크지만, 백지화는 장관이 공개적으로 자기 이름을 걸고 선언한 행위여서 행정 기록과 발언이 비교적 명확히 남아 있다.

 

■직권남용은 '하지 않은 일'에도 성립하는가

문제는 백지화가 형사 법리상 다루기 까다로운 행위라는 데 있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백지화는 무언가를 '하게 한' 행위라기보다 '하지 않게 한' 행위에 가깝다. 그래서 누구에게, 어떤 의무 없는 일을 시켰는지를 특정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약한 고리다.

원희룡 측 반론이 겨냥하는 지점도 정확히 여기다. 원 전 장관 측은 노선 검토 업무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고, "특검이 백지화 선언에 국가재정법과 도로법을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법에 없는 책임을 사후적으로 만들어 적용하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특검 수사 방식에 대해서도 "모욕주기식 언론 플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반론으로는 사업 중단이 장관의 정책 재량에 속하고, 재량 행사를 사후에 형사 책임으로 되돌리는 것은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국책사업은 장관 개인의 결단만으로 종결되는 대상이 아니다. 국가재정법과 도로 관련 법령은 총사업비 변경이나 사업 중단 국면에서 타당성 재조사, 기획재정부 협의, 도로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 별도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특검이 국가재정법과 도로법을 들여다보는 이유이자, 원희룡 측이 그 적용을 부인하는 이유다. 이 사건의 승부는 결국 그 절차 규정이 이 사안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해석에서 갈린다.

여기서 특검이 최근 공개한 사실이 원희룡 반론의 전제를 흔든다. 특검팀은 지난달 22일 브리핑에서, 원희룡의 백지화 선언 이후 국토부가 선언 과정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받았는데도 위반 소지가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쟁점의 성격이 바뀐다. '법에 없는 책임을 사후에 만들어 씌우는' 문제가 아니라, 당시 국토부가 이미 위법 소지를 인지하고도 없다고 발표했다는 문제가 된다. 자문 결과와 반대되는 보도자료를 낸 경위, 그 결정이 누구 선에서 이뤄졌는지가 23일 조사의 실질적 핵심이다.

 

■특검이 넘어야 할 두 개의 문턱

동시에 짚어야 할 것이 있다. 특검이 노선 변경 대신 백지화를 입건 사유로 택한 것은 3년의 교훈을 반영한 설계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우회일 수도 있다. 뇌물 혐의 공소기각이 본류로 못 가고 옆으로 돌다 깨진 사례였다면, 백지화 혐의 역시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특검이 넘어야 할 문턱은 분명하다. 백지화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예타를 통과한 국책사업을 심의 절차 없이 장관 선언 한 번으로 중단시켰다는 절차의 공백을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단이 정책적 판단이 아니라 의혹 차단을 위한 것이었다는 동기까지 연결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비면, 결론은 3년 전과 같아진다.

 

■비어 있지 않은 빈칸, 백원국 전 국토부 차관

'실무자와 장관 사이가 비어 있다'는 통념도 정확하지 않다. 종합특검은 지난 3월 원 전 장관을 출국 금지하고 국토부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백원국 전 국토부 차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백 전 차관과 김 모 전 국토부 과장 등 실무 관계자 조사를 마치고 원희룡 소환을 준비해 왔다.

백 전 차관 조사에서는 종점 변경 과정에 대통령실 개입이 있었는지, 원희룡에게 보고하거나 지시받은 사실이 있었는지, 그리고 백지화와 법률 자문 이후 국토부의 대응 경위, 특히 문제의 보도자료 배포 과정에 관여했는지가 집중 확인 대상이었다.

주목할 것은 인사 경로다. 백 전 차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국토교통비서관을 거쳐 원희룡 장관 밑에서 2차관을 지냈다. 국토부 1차관이 주택 업무를, 2차관이 도로 업무를 맡는 구조에서, 특검은 주로 주택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던 그가 돌연 2차관에 임명된 배경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람의 배치 자체를 사건의 설계도로 읽겠다는 접근이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더 있다. 종합특검은 김건희 특검 출범 무렵 원희룡이 종점 변경 과정에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국토부 간부를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해당 간부는 식사만 했을 뿐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런 정황들이 진술을 넘어 문서와 디지털 증거로 뒷받침될 때만, '윗선'이라는 말은 기소장에 오를 수 있다. 특검이 지난 15일 원 전 장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도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조치다.

 

■세 번 이름을 걸었다, 이제 증명의 문제다

원희룡은 이 사건을 두고 세 번 자기 이름을 걸었다. 그는 2023 7 "이 정부 내내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라며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같은 시기 "김건희 여사 땅이 거기 있었다는 것을 사전에 조금이라도 인지했다면 장관직은 물론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못을 박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국책사업을 마비시킨 가짜뉴스에 맞서 장관으로서 정무적 결단을 내린 게 죄라면 구차하게 피하지 않겠다", "죄가 있다면 나를 체포해 가라"고 주장했다.

세 발언 모두 이제 검증 대상이다. 특검이 보낸 두 차례의 출석요구서는 폐문부재로 송달되지 못했고, 특검은 15일 신체·차량 수색을 집행하며 현장에서 출석요구서를 직접 전달했다. 그러나 발언의 결기나 대응 방식으로 사람을 유죄로 만들 수는 없다. 3년 전 특검이 실패한 자리에서 배울 것이 있다면, 정치적 확신이 법적 입증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특검이 여론의 기대에 떠밀려 무리한 죄명을 얹는 순간, 법원은 다시 같은 답을 내놓을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한 번 그렇게 답했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냉정해야 한다. 원희룡을 법정에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예타를 통과한 국책사업의 노선이 왜 바뀌었고 왜 사라졌는지를 국가가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그 기록이 부실하면 유죄든 무죄든 이 사건은 또 하나의 정쟁 사례로만 남는다. 23일 조사실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원희룡의 태도가 아니라 특검의 준비 상태다. 3년의 지연 끝에 마주 앉는 자리라면, 질문의 수준이 그 3년을 설명해야 한다.

 

고재학 | 에디터(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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