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유죄로 굳어진 '여론조사 = 정치자금' 법리, 특검 의견서로 오세훈 재판부에
-
여권, 서울 탈환 카드로 '강훈식 차출' 검토확정 시점 따라 내년 4월 보궐선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판결이 개별 사건의 경계를 넘어 정치권 전반에 구조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무상으로 제공된 여론조사도 정치자금'이라는 법리 기준이 나오면서, 동일한 '명태균 여론조사' 구조가 걸려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건이 곧바로 사정권에 들어왔다. 두 사건을 모두 수사·기소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판결문을 분석한 의견서를 오 시장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오늘(22)로 예정된 1심 선고는 유무죄 판단을 넘어 서울 권력 지형의 분기점으로 올라섰다.

 

윤석열 유죄 판결의 무게가 남다른 이유는 오 시장이 불과 50일 전 서울시장에 재선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오 시장은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1.15%포인트 차로 제치고 헌정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이 됐다. 유권자가 부여한 4년의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그 임기의 존속 여부가 법정에서 결정되는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윤석열에게 적용된 잣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재판장 이진관)는 지난 13일 윤석열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396만 원을 선고했다. 특검이 기소한 여론조사 58회 가운데 윤석열 부부에게 직접 전달된 14, 2,792만 원어치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정했다. 명시적 계약이나 개별 주문이 없더라도 세 사람이 만나게 된 경위, 연락 내용, 결과 전달 방식을 종합하면 '순차적·암묵적 의사 합치'가 성립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함께 기소된 명태균 씨는 징역 1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핵심은 금전의 직접 수수가 아니라 정치적 효용의 발생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무상이라도 판세 분석과 선거 전략 상담까지 포함된 편의를 제공받았다면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이 기준은 오 시장 사건의 판단 기준으로 직결된다. 오 시장은 2021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서 10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그 비용 3,300만 원을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 씨가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김 씨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지난달 17일 결심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 6개월과 추징금 3,300만 원을, 나머지 두 사람에게는 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물론 두 사건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윤석열 사건이 '무상 수수'라는 다소 이례적인 구조를 쟁점으로 삼았다면, 오세훈 사건은 제3자를 통한 '비용 대납' 구조다. 금전 이동이 실재한다는 점에서 입증 구조는 더 단순하지만, 대신 오 시장이 그 대납을 요청·인지했는지가 유일하게 남은 관문이 된다. 오 시장 측이 "의뢰한 적도, 대납을 요구한 적도 없다"며 직접증거의 부재를 파고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쟁점이 달라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다만 실제 금전이 오간 대납 구조가 무상 수수보다 죄질이 무겁게 평가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어, 유죄가 인정될 경우의 양형 폭은 예측하기 어렵다.

 

특검이 꺼낸 두 개의 논리

특검은 바로 그 남은 관문을 겨냥해 움직였다. 지난 16일 오 시장 사건을 심리하는 형사합의22(재판장 조형우)에 윤석열 1심 판결문과 7쪽 분량의 의견서를 냈다. 논리는 두 갈래다.

 

첫째는 '의뢰자 특정'이다. 특검은 오 시장이 명 씨에게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명 씨가 결과를 조작했다며, 요청이 있었던 이상 여론조사 실시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1심 재판부가 명 씨의 조작 행위 자체를 무상 수수 합의의 근거로 제시한 논증을 그대로 원용한 것이다. 실제 의뢰자가 김한정 씨였다면 명 씨가 오 시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사를 손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 특검의 반증 논리다. 오 시장과 김 씨는 각각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둘째는 양형이다. 특검은 윤석열 1심 재판부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 벌금이 확정되면 일정 기간 공직 취임이 제한되고 이미 취임한 자는 퇴직해야 하는 등 부수효과가 크지만 실질적 감경 사유는 아니다"라고 밝힌 대목을 인용하며, 오 시장의 시장직 상실 가능성 역시 유무죄 판단이나 양형에 고려돼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정치적 결과를 이유로 법리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특검은 같은 날 1심 선고 중계방송 허가신청서도 제출했다.

 

특검이 이처럼 법리 정합성을 앞세우는 데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 대법원 2(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 15, 16일로 예정됐던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정치자금법 위반·알선수재 사건 상고심 선고를 24일로 연기했다. 같은 여론조사 수수 혐의를 두고 김 씨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지만, 윤석열 1심 재판부는 김 씨를 공동정범으로 전제한 뒤 유죄를 선고했다. 특검은 "원심과 별건 판결 사이에 모순·저촉 우려가 있다"며 최소 한 달 이상 연기를 요청했고, 대법원은 특검법상 상고심 선고 시한(28)을 감안해 8일만 미룬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윤석열 유죄, 22일 오세훈 1, 24일 김건희 상고심이 열흘 남짓 안에 이어지는 셈이다. 판결들이 서로를 구속하지는 않지만, 동일한 사실관계에 이미 유무죄가 엇갈린 상황에서 각 재판부가 정합성의 부담을 의식하지 않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두 사건

두 사건이 법리뿐 아니라 인적 계보에서도 연결돼 있다는 증언은 보수 진영 내부에서 나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13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그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오세훈과 명태균이 만나게 된 계기를 안다" "김영선이 명태균을 오세훈한테 소개했고, 또 김영선이 명태균을 윤석열한테 소개했다"고 말했다.

 

김영선 전 의원은 윤석열 1심 재판부가 '여론조사 제공의 대가'로 인정한 2022년 보궐선거 공천의 당사자다. 홍 전 시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오세훈 사건과 윤석열 사건은 서로 다른 시기에 벌어진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동일한 매개자를 통해 형성된 하나의 네트워크가 두 차례 작동한 결과가 된다. 재판부가 윤석열 사건에서 의사 합치를 인정한 근거가 명시적 계약이 아니라 세 사람이 만나게 된 경위와 관계의 성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계보는 오 시장 사건에서도 정황으로 기능할 여지가 있다.

 

홍 전 시장은 윤석열에 대한 징역 2년 선고는 "정확한 판단"이라고 평가했고, 오 시장 사건에 대해서는 "예단은 못 하겠는데 명태균 사건에서 오 시장이 빠져나가기 어렵지 않을까"라며 유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국민의힘 대표와 대선 후보를 지낸 인사가 같은 당 소속 현직 서울시장의 유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오 시장과의 오랜 경쟁 관계를 감안하더라도 보수 진영 내부의 방어선이 일찌감치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권에서 부상하는 '강훈식 카드'

'오세훈 유죄'가 현실이 될 경우의 경로도 이미 계산 가능한 영역에 들어와 있다. 다만 오 시장의 혐의는 올해 선거와 관련된 선거범죄가 아니므로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정치자금법 제57조가 준용하는 공직선거법 제18·19조에 따라 피선거권이 제한되고, 그 결과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구조다. 결론은 같지만 경로가 다르고, 이후 선거의 성격도 재선거가 아닌 보궐선거가 된다.

 

시점은 특검법의 '6·3·3' 규정이 규율한다. 1심은 공소제기일로부터 6개월, 2·3심은 각각 직전 심급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마치도록 돼 있다. 오늘(22) 1심 선고를 기준으로 삼으면 항소심은 10월께, 대법원 확정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가 된다. 자치단체장 보궐선거는 사유가 전년 10 1일부터 당해 3 31일 사이에 확정되면 4월 첫째 수요일에 치러진다. 즉 연내 또는 내년 초 확정이라면 2027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성립한다. 정치권이 '내년 4'을 입에 올리는 근거는 정확히 이 계산식이다. 여기에 6·3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선거소송이라는 별도의 변수도 남아 있다.

 

오세훈 시장의 사법 리스크가 '가능성'이 아니라 '일정표'의 문제로 바뀌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이미 보궐선거를 전제로 한 인물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당 핵심부에서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서울 탈환의 가장 현실적인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서울시장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오면, 지금 당내 후보군만으로는 6·3 선거의 재현을 피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대통령과의 신뢰, 전략 기획 역량, 중도 확장성을 함께 갖춘 인물로 강 실장이 거론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강 실장이 거론되는 배경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국정 전반을 관장해 온 경험이 시정 운영 능력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둘째, 이념적 선명성보다 실용과 균형을 앞세우는 이미지가 서울의 복합적 유권자 구조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셋째, 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장과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낸 선거 전략가로서, 1.15%포인트 차로 놓친 서울을 단기간에 재설계할 수 있다는 기대다. 약점도 분명하다. 강 실장은 충남 아산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충청권 정치인으로 서울 연고가 없다. 여권 안에서도 지역 기반이 부족한 후보가 서울에서 어떤 결과를 냈는지에 대한 학습 효과가 신중론으로 작동하고 있다. 현직 비서실장의 선거 차출이 당청 관계에 어떤 신호로 읽힐지도 부담이다. 강 실장 본인은 이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

 

강훈식 차출론이 힘을 얻는 배경에는 기존 후보군에 대한 당내 회의론이 자리한다. 6·3 지방선거에서 본선을 치른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은 불과 1.15%포인트 차로 졌지만, 당내에서 이를 선전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여당이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가져간 유리한 구도에서 출구조사 우세가 개표 막판에 뒤집힌 과정 자체가 경쟁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역 서울시정을 감당하기에는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어, 재도전 여건이 순탄치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같은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던 전현희·박주민 의원 역시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되나, 여성 정치 대표성과 개혁 이미지라는 각자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복합적 유권자 구조를 감당할 중도 확장성과 정책 신뢰를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관건은 인물론만이 아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구조적으로 부동산 민심에 좌우된다. 여당이 전국에서 압승하고도 서울에서만 진 것은, 정권 심판이라기보다 서울 특유의 주거·자산 민심이 작동한 결과에 가깝다. 공급 구호가 아니라 시점과 물량, 재건축·재개발 규제, 세제, 금융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정책 패키지가 제시되지 않는 한, 후보를 누구로 바꾸든 서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은 여야 모두가 안다.

 

오늘 선고는 그 자체로 보궐선거를 촉발하는 결정이 아니다. 항소심과 대법원으로 이어질 사법 일정, 그리고 각 진영의 '준비 모드' 전환 여부를 가르는 첫 분기점이다. 윤석열 판결에서 출발한 법리 기준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 그 확장이 서울이라는 정치 공간을 어떻게 재편하는지가 이번 주 확인된다. 그리고 여권 핵심부의 시계는, 이미 그다음 국면을 향해 돌아가기 시작했다.

 

고재학 | 에디터(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