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고용률 26개월 연속 하락… 6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
- 벨기에가 26년 전 시행한 '로제타 플랜', 한국이 못할 이유 없다

 정부가 지난 14일 내놓은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의 핵심은 중장기 청년 일자리 대책이다. 2030년까지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3대 메가프로젝트와 신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청년 전문인력을 20만 명 이상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세부 내용을 담은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 3분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여기에는 결정적인 빈칸이 있다. 훈련은 청년의 실력을 키우는 일이지, 기업의 채용문을 여는 일이 아니다. 지금 청년이 취업하지 못하는 이유가 실력 부족이 아니라 신입을 뽑지 않는 채용 관행에 있다면, 20만 명을 길러내도 결과는 '더 잘 준비된 청년의 더 긴 대기'에 그친다.

 

빈칸을 메울 재원과 수단은 이미 논쟁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초과이윤이다. 정부 부처가 이 돈을 어떻게 쓸지를 놓고 두 달째 공방을 벌이는 지금, 빠져 있는 질문은 하나다. 누구에게 먼저 쓸 것인가.

 

■반도체는 웃는데, 청년은 26개월째 밀려나고 있다

성장의 숫자는 좋다. 지난 5월 수출은 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절반 넘게 늘었고, 그중에서도 반도체는 두 달 연속 세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한국은행도 지난 16 '경제상황 평가'에서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에도 반도체 호조와 AI 투자에 힘입어 올해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보고서의 다른 쪽 진단은 정반대다. 한국은행은 경기 회복이 반도체와 IT 제조업에만 집중되고 나머지 산업과 고용은 뒤처지는 '불균등 성장'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과 고용이 갈라서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중앙은행이 공식 문서로 확인한 셈이다.

 

청년 지표는 그 갈라섬의 가장 날카로운 단면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6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는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청년 고용률만은 43.9%로 주저앉았다. 2024 5월부터 시작된 하락이 26개월째, 2 2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청년 열 명 중 넷만 일자리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직전 5월의 충격은 더 컸다. 청년 취업자가 1년 사이 25만 명 넘게 사라졌다.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1 1월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같은 달 전체 고용률도 떨어지긴 했지만, 청년층의 하락 폭은 그 다섯 배에 달했다. 경기가 나빠 모두가 함께 어려운 것이 아니라, 유독 청년에게만 충격이 집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공식 실업률은 실상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한다. 5월 청년 실업률은 7.2%였지만, 취업 준비생과 구직단념자, 그리고 더 많이 일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청년까지 더한 확장실업률은 16.6%로 뛴다. 청년 여섯 명 중 한 명 이상이 사실상 실업이거나 불완전 취업 상태라는 의미다.

 

아예 노동시장 밖으로 걸어 나간 청년도 늘고 있다. 일하지도, 구직하지도 않고 그냥 쉬었다고 답한 청년이 올해 1 47만 명에 육박해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이 흐름이 30대까지 옮겨붙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30 '쉬었음' 인구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년기의 실업이 한때의 통과의례로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 구간으로 굳어져 넘어가고 있다.

 

■훈련이 부족한 게 아니라, 뽑지 않는 게 문제다

왜 성장의 과실이 청년에게 닿지 않는가. 첫 번째 이유는 성장을 이끄는 산업의 성격에 있다. 반도체 산업은 초호황이지만 제조업 내 반도체의 고용 비중은 약 4%에 그쳐 고용유발 효과가 크지 않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도 '고용 없는 성장' 비판에 대해 반도체 분야는 취업유발계수가 높지 않다고 인정했다. 전체 수출 증가세에도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자동차, 기계 등의 수출은 감소했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산업은 가라앉고, 고용유발 효과가 약한 반도체 산업만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두 번째 이유가 더 결정적이다. 채용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 국가데이터처는 경력직·수시채용 확대가 청년층 취업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수시·경력직 채용을 늘리면서 신입으로 들어가기가 여의치 않아졌고, 청년의 첫 취업 시기는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 취업난 속에 학교에 더 오래 머무르는 20대 후반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서 정부 대책의 한계가 드러난다. 'K뉴딜 아카데미'는 대기업 등이 주도해 해당 기업에 특화된 직업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20만 명 육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공급 측면의 처방이다. 청년의 숙련도를 높이면 기업이 뽑을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진단은 정반대를 가리킨다. 기업이 신입을 뽑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훈련만으로는 '고학력 쉬었음'이 늘어날 뿐이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치를 당초 16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낮춰 잡았다. 중동전쟁의 영향에다 건설투자 회복 지연, 반도체 외 산업의 생산 둔화가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시장이 알아서 청년을 흡수해 주기를 기다릴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 수요 측면을 직접 건드리는 정책이 함께 가지 않으면, 3분기에 나올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도 훈련 예산의 재배열에 그칠 공산이 크다.

 

■초과이윤 논쟁, '분배냐 투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먼저냐'

마침 정부는 재원의 문을 열어둔 논쟁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반도체를 '공공재'로 표현하며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논의를 제안했고, 야권을 중심으로 '거위 배 가르기'라는 반발이 나왔다. 산업통상부는 삼성전자 노사 임금 협상에서 언급된 '영업이익 N%' 성과급 논란을 계기로 별도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주최 토론회에서 김영훈 장관은 "천문학적인 AI 성과는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이익의 총량"이라며 AI 시대에 맞는 인간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한 분배가 다시 건강한 재투자로 이어져 상생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것이 사회계약의 요체라는 주장이다. 하루 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 토론회에서 "한 시대의 횡재가 다음 시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그 부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밝혔다. 기업 이익 활용의 최우선 원칙은 생산적 재투자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장이냐 분배냐. 익숙한 대립이다. 그러나 이 논쟁에서 빠진 질문은 따로 있다. 그 돈을 누구에게 먼저 쓸 것인가.

 

청년에게 먼저 써야 한다. 근거는 감성이 아니라 초과이윤의 형성 구조 자체에 있다. 김영훈 장관 스스로 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윤은 정부 세제 혜택 및 인프라 지원과 노동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과이윤에는 조세로 조성된 공적 자원이 이미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40년간 그 조세를 부담할 세대가 지금 노동시장 바깥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는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배분의 오류다. 미래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김정관 장관의 명제를 끝까지 밀고 가도 결론은 같다. 가장 확실한 미래 자산은 설비가 아니라 사람이다.

 

여권이 초과이윤 논쟁을 '기업 친화냐 반기업이냐'의 소모적 프레임에서 끌어내어 '미래세대에 대한 생산적 재투자'라는 언어로 재구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장관의 주장은 청년이라는 수취인 앞에서 대립하지 않는다.

 

■벨기에는 26년 전, ‘채용그 자체를 정책 대상으로 삼았다

수요 측면을 직접 건드린 선례가 있다. 1999년 다르덴 형제의 영화 '로제타'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벨기에 청년들이 일자리 제도를 손질하라며 집회에 나섰고, 벨기에 정부는 이듬해인 2000년 청년고용정책 '로제타 플랜'을 실시했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정원의 3% 이상을 청년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의무고용을 위반한 고용주에게는 벌금이 부과되고, 이행하는 기업은 사회보장기여금을 감면받는 구조로 청년 고용을 유도했다. 한시 대책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시작일자리협약' 체계로 제도화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효과는 과장하지 않는 편이 정직하다. 벨기에 청년실업률은 로제타 플랜 시행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20% 안팎을 오르내린다. 의무고용이 청년실업률 자체를 끌어내리지는 못했다. 중장년 역차별, 저질 일자리 양산, 제도 피로감 같은 부작용 지적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이 제도가 남긴 의미는 각별하다. 청년 실업을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시장의 자동 조정 대상이 아니라, 국가와 기업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구조적 과제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훈련과 수당이 아니라 채용 그 자체를 정책 대상으로 삼은 최초의 제도적 실험이었다. 26년 전 자본주의 선진국 벨기에가 넘어선 선을, 지금의 한국이 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한국판 로제타 플랜, 이렇게 설계하자

첫째, 초과이윤 기반 사회연대기금이다. 반도체·플랫폼·금융 등 초과수익 산업의 이익 중 일정 기준을 넘는 구간에 대해 특별목적세 또는 기금 출연 방식을 설계하고, 재원을 청년 고용과 청년 주거에 우선 배정하는 원칙을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경기순응성 차단이다.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면 기금이 마른다는 반론은 정당하다. 호황기에 적립하고 불황기에 지출하는 안정화기금 구조를 처음부터 못 박아야 정권 교체와 경기 사이클을 넘어 살아남는다.

 

둘째, 단계적 청년 의무고용이다.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부터 전체 고용의 2~3% 범위에서 청년 신규 채용 목표를 부여하고, 이행 기업에는 사회보험료 경감·직업훈련비 세액공제·정부 조달 가점을 제공한다. 장기 미이행 기업에는 부담금을 부과해 청년고용기금으로 환류시킨다. 다만 한국은 대기업 고용 비중이 낮아 300인 이상에만 걸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2011년 발의됐던 '한국판 로제타 법안' 7만 명 고용 창출을 추산한 전례가 있는 만큼, 지금의 노동시장 구조로 다시 계산한 수치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셋째, 고용의 질을 함께 묶어야 한다. 의무고용이 초단기 계약이나 쪼개기 채용으로 대체되지 않도록 최소 계약기간, 직무훈련 제공, 동일가치노동 동일보상 원칙을 결합해야 한다. 첫 일자리를 준다는 명분 아래 저임금 일자리만 늘어난다면 제도의 정당성은 오래가지 못한다. 벨기에가 겪은 부작용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취업해도 모을 수 없다면, 그것은 회복이 아니다

고용 대책만으로는 절반이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청년 가구 열 곳 중 여덟 곳 이상이 전세나 월세로 산다. 자기 집을 가진 청년은 드물다는 얘기다. 그사이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73만 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주거 부담을 재는 국제적 기준으로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이 있다. 이 비율이 30%를 넘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본다. 서울 청년의 평균은 이미 그 임계선에 바짝 붙어 있다.

 

문제는 월세만이 아니다. 국무조정실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 청년이 가장 많이 쓰는 항목은 주거비와 식비였고, 이 둘만으로 소득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사는 곳과 먹는 것,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을 해결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뜻이다. 저축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조차 자산 형성의 출발선에 서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자리를 얻어도 월세가 먼저 가져가고, 남은 돈으로는 다음을 준비할 수 없다. 고용난과 고주거비가 겹치면 청년은 소득이 정체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층 상승의 경로 자체를 잃는다. 사다리가 끊긴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다.

 

따라서 사회연대기금의 일정 비율은 청년주거계정으로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 임대료 부담이 소득의 30%를 넘는 청년에게 월세와 보증금 지원을 확대하고, 공공임대와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을 노동시장 진입 정책과 연동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일정 기간 성실하게 일하고 저축한 청년에게 보증금 저리 대출과 매칭 저축, 공공주택 우선 접근권을 주는 자산형성 연계형 설계도 검토할 만하다. 일자리와 집은 청년에게 별개의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조건이다.

 

■성장이 청년에게 닿지 못하면, 성장의 정치도 오래가지 못한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여기서 얻을 정치적 함의는 분명하다. 청년은 수사(修辭)로 설득되는 세대가 아니다. 성장률과 구호가 아니라 자신의 일자리·월급·월세에서 변화를 체감할 때 비로소 정치를 평가한다.

 

한국은행은 비용 충격과 불확실성 확대가 중소 제조업체의 고용을 뚜렷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자율 회복을 기다릴수록 청년의 이탈은 30대까지 확장되며 되돌리기 어려워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3분기에 나올 대책이 훈련 예산 재배열에 머물지 않는 것, 그리고 초과이윤 논쟁이 부처 간 입장 차 확인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초과이윤을 어디에 쓸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다. 26년 전 벨기에가 내린 결단을 오늘의 한국이 더 정교하게 재설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 결단의 이름이 한국판 '로제타 플랜'이어야 한다.

•고재학 | 에디터(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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