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인터뷰] “대학 서열, 학생 1인당 투자액과 일치…여러 줄 세우기 아닌 맛집 늘리는게 해법”
- 줄 세우는 방식만 바꿔온 50년…한 줄이든 여러 줄이든 고통의 총량은 그대로다
- 서울대 10개 만드는데 드는 돈 국가 예산의 0.5%…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 박정희 시절 고교 평준화의 본질은 재정 평준화…독재자였기에 가능
메가스터디 창업 멤버이자 일타강사 출신으로 교육정책 전문가로 활동했던 이범 교육평론가가 19일 스픽스TV 전계완 대표와 특집 인터뷰를 갖고 한국 교육 경쟁의 뿌리를 “문화나 국민성이 아니라 대학 간 재정 격차”로 지목했다.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한국 교육 정책 50년사를 연구 중인 그는 우리 교육 정책이 지난 4~50년간 실패한 이유는 고 이해찬 전 총리의 “한 줄 세우기 보다 여러 줄 세우기가 좋다’는 발상을 진보와 보수가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맛집 앞에 줄이 길다고 줄 세우는 기준을 여럿으로 바꾸어도 고통의 총량이 줄어들진 않는다는 것. 결국 핵심은 맛집을 늘리는 것이라는게 그가 제시한 해법..
이 평론가는 19일 방송된 인터뷰에서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 데이터를 서울대 6천만 원, 연고대 4천만 원, 서강·성균관·한양대 3천만 원, 중앙·경희·외대·시립대 2천만 원이라고 밝혔다. 이를 “우리가 아는 대학 서열과 거의 일치한다”며 “명문대 선호를 학벌 때문이라 설명하지만, 졸업생도 명성도 없던 포스텍·카이스트·한예종이 단기간에 최상위권이 된 것은 오직 투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교육의 결정적 문제가 초중고가 아닌 대학에 있다고 보았다. 전체 대학 평균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천만 원대로 OECD 평균 3천만 원의 70%에 그치고,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가장 나은 서울대조차 OECD 평균과 같은 14~15명이라는 것. “대학 간 불평등이 교육의 질 격차로, 다시 사회 진출 후 역량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를 두고 경쟁을 줄이자는 말은 공염불”이라고 비판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는 거점 국립대에 대한 대규모 재정 투입과 법제화, 국립대 법인화, 사립대 정부 지원 확대를 통한 ‘상향 평준화’를 제시했다. 지표는 밝지 않다. OECD 학교 행복도 조사에서 한국은 22개국 중 꼴찌, 청소년 자살률은 OECD 평균보다 30% 높아졌다. 그는 “필요 재원은 4조 원, 국가 예산의 0.5%”라며 “문제는 돈이 아니라 발상”이라고 말했다.
지금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과거와 비교해 어떤가.
-한두 세대 전과 비교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영어만 봐도 발음과 말하기·듣기 능력이 확연히 달라졌다. 국가 간 아이큐 비교에서 한국은 늘 1~2위다.
그런데도 교육이 나라를 망친다는 말이 나온다.
-양면성이 있다. OECD가 ‘학교에서 행복하냐’고 묻는 조사에서 한국은 22개국 중 꼴찌다. 청소년 자살률은 OECD 평균 수준이었는데 최근 10년 사이 평균보다 30% 높아졌다. 청소년 우울증 비율도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한국의 교육열은 어디서 왔나.
-천 년 가까이 시행된 과거 제도가 불씨다. 신분이 시험을 통한 능력 측정과 연결된 나라는 중국·한국·베트남 정도밖에 없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농지개혁이다. 소작농이 자작농이 되며 자산과 소득이 생기자 비로소 ‘우리 애 대학 보내볼까’가 가능해졌다.
교육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는 이유는.
-한 줄 세우기보다 여러 줄 세우기가 좋다’는 발상을 진보와 보수가 함께 공유했기 때문이다. 유명한 맛집 앞에 줄이 길다고 해서 줄 세우는 기준을 여럿으로 바꾸면 고통의 총량이 줄어드나. 맛집이 한 곳뿐이라 안 줄어든다. 핵심은 맛집을 늘리는 것이다.
그 맛집이 서울대인가.
-그렇다. 선발 방식만 바꾸면 적성이 다양한 학생이 좀 들어올 뿐 고통의 총량은 그대로다. 이미 부분적 성공 사례가 있다. 포스텍, 카이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다. 서울대 밖에 별도로 만든 대학인데 모두가 맛집으로 인정한다. 비결은 과감한 투자였다.
학생 1인당 교육비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학생을 위해 투자하는 돈이다. 서울대가 연 6천만 원, 연고대 4천만 원, 서강·성균관·한양대 3천만 원, 중앙·경희·외대·시립대 2천만 원 정도다. 대학 서열과 거의 일치한다. 투자가 늘면 교수진, 프로그램, 설비, 교수 대 학생 비율이 모두 좋아진다.
학벌 때문이라는 통념은 어떻게 반박하나.
-포스텍·카이스트·한예종은 설립 당시 학벌이 없었다. 졸업생이 없으니 동문 네트워크도 사회적 권력도 없었다. 그런데 얼마 안 돼 서울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교육의 질이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 수험생이 가장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국제 기준으로 보면 우리 대학은 어디쯤인가.
-서울대는 세계 100대 대학에 안정적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14~15명으로 OECD 평균과 똑같다. 종합대 중 가장 나은 곳이 평균이라는 뜻이다. 전체 대학 평균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천만 원대로 OECD 평균 3천만 원의 70%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필요한 재원은.
-4조 원 정도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0.5%다. 물론 급하게 늘리면 대학이 소화하지 못할 수 있고, 오래 차별받아온 거점 국립대에는 내부 개혁과 거버넌스 개혁도 함께 필요하다.
사립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사립대도 이미 필요 경비의 30% 정도를 정부에서 받고 있다. 미국 사립대조차 정부 지원에 묶여 있다는 것을 트럼프의 하버드 압박이 보여줬다. 지원을 받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지원 비율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려 국공립대와 보조를 맞추는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
박정희 고교 평준화를 거론하는 이유는.
-입시 제도로만 이해하기 쉬운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재정 평준화였다. 국고를 대규모로 투입해 사립고를 정부 의존형으로 바꾸고 사학연금까지 정상화했다. 그건 독재자였기에 가능했다.
대학이 바뀌면 초중등 경쟁은 줄어드나.
다른 나라는 중하위권이 사교육비를 많이 쓰는데 한국은 상위권일수록 더 쓴다. 스카이라 뭉뚱그리지만 서울대 6천만 원, 연고대 4천만 원으로 내부 격차가 크다. 상위권 대학들이 상향 평준화돼 어디를 가도 비슷한 교육을 받는다는 신뢰가 생겨야 경쟁이 완화된다.
정치권 반응은 어땠나.
-의외로 교육 상임위 등 교육 전문성을 갖췄다는 의원들이 뜨뜻미지근했다. ‘서울대 몇 개 만들어봐야 경쟁이 얼마나 줄겠냐’는 냉소가 많았다. 오히려 지역 균형발전을 고민한 그룹이 적극적이었다. 성공하려면 대학 균형발전법 같은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원용민 |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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