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를 둘러싼 실용형 확장과 당 정체성의 충돌
- 정청래의 당원주권·김민석의 국정 뒷받침, 당심의 향방은?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이 김민석·정청래·송영길 3파전으로 확정됐다. 23일 발표된 예비경선 결과 세 후보가 본경선에 올랐고, 고민정 의원과 김보미 전 강진군의회 의장은 탈락했다. 예비경선 전후의 관심은 대부분 누가 앞서느냐에 쏠렸지만, 이번 전대에서 정해지는 것은 당대표의 이름만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외연 확장을 당이 어디까지, 어떤 방향으로 따라갈 것인가. 이번 전대는 그 질문에 답을 내는 과정이다.
■노선 싸움의 두 갈래
이번 전대를 단순한 당권 다툼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두 갈래에서 확인된다. 첫째는 외연 확장의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 인사를 명분으로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고, 홍준표 전 대선 후보 캠프 출신인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를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 기용하면서 확장의 속도와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커졌다. 이 부위원장이 5·18 관련 발언으로 계파를 막론한 비판을 사고, 이달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진 사퇴 촉구가 분출하면서 논란은 한층 확산됐다.
이 문제는 유시민 작가의 발언을 계기로 전대의 쟁점으로 옮겨붙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중도보수 확장을 두고 지지자들이 원한 것은 진영의 증축인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 한다고 비판했고, 이후 대통령의 선택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까지 단언했다. 친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명의 입'으로 불린 김남준 의원은 유 작가의 발언이 개혁을 위한 쓴소리가 아니라 개혁의 적을 늘리는 독설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중요한 것은 이 진단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여기서 당권 주자들의 반응이 갈렸다는 사실이다. 김민석 후보와 송영길 후보는 비판에 가세했고, 정청래 후보는 즉답을 피했다. 국무총리를 지낸 김민석은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이 해왔던 외연 확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청래는 손잡을 수 있는 범민주진보 세력이 연대해야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적었다. 둘 다 확장을 말하지만, 김민석이 가리키는 쪽은 중도와 보수이고 정청래가 가리키는 쪽은 범진보다.
둘째는 검찰개혁의 처리 방식이다. 세 후보 모두 보완수사권 폐지에는 이견이 없다. 정청래는 보완수사권의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민석은 정부의 최종 입장이 폐지라고 못 박았다. 송영길도 보완수사요구권으로 충분하다며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쟁점은 결론보다 속도와 경로였다. 정청래는 제헌절 전에 끝내자며 시한을 걸었고, 김민석은 총리 시절에 조기 처리가 낫겠다는 뜻을 정부 차원에서 당에 전달했다고 밝혔으며, 송영길은 정치적으로 무기화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의 논의로 풀 사안이라고 했다. 한 사람은 압박했고, 한 사람은 조정했고, 한 사람은 쟁점화 자체를 문제 삼았다.
두 갈래는 같은 구조를 드러낸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는 큰 이견이 없고, 갈리는 것은 그 결정의 속도와 범위를 누가 정하느냐다. 당원의 요구가 정할 것인가, 국정 운영의 조건이 정할 것인가. 이번 전대가 인물 경쟁이 아니라 노선 경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비경선이 확인한 것
예비경선은 중앙위원 투표 35%, 권리당원 투표 35%, 국민여론조사 30%를 반영했고, 당규에 따라 득표율과 순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당대표 경선에서 이변은 없었지만, 최고위원 경선은 달랐다. 정청래와 팀을 이룬 최민희·한민수·이성윤 세 사람이 모두 생존했다. 지지자들은 표 분산을 막기 위해 생일별 조합표까지 만들어 공유했고, 이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친명계로 분류된 이건태·박성준·박승원 후보는 탈락했다. 박성준 의원은 지난 2월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국정조사 추진 의원모임'의 상임대표였고, 이건태 의원은 그 모임을 제안하고 실무를 총괄한 간사였다. 친명계 의원 87명이 참여한 이 조직을 두고, 사실상 반청 결집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득표율이 공개되지 않는 조건에서도 당원들이 조합표를 돌릴 만큼 이번 전대의 성격을 진영 경쟁으로 읽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개혁의 결론과 처리 방식 사이
최근 여론조사는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체 국민에게 물으면 정청래가 앞선다.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 정청래 33.7%, 김민석 22.0%, 송영길 11.7%였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도 정청래 25.7%, 김민석 21.5%였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으로 좁히면 흐름은 대체로 뒤집힌다. 이번 주 공표된 다섯 건 중 넷에서 김민석이 앞섰다. 여론조사꽃 조사에서는 전화면접 38.3% 대 27.6%, ARS 46.4% 대 29.0%였고, KSOI 조사도 36.1% 대 32.6%였다. 호남 권리당원 응답층을 따로 본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는 김민석 44.6%, 정청래 26.9%였다.
여기서 이번 전대의 역설이 드러난다. 당원들은 개혁의 결론에 폭넓게 동의한다. 보완수사권을 두고 민주당 지지층의 절반 이상이 폐지 쪽에 섰다. 그러나 대표 선택에서는 시한을 걸어 개혁을 밀어붙이는 쪽보다, 국정 전체를 관리하며 처리하겠다는 쪽에 기울고 있다. 요구의 내용과 요구의 처리 방식이 갈리는 셈인데, 이는 두 가지로 읽힌다. 확장의 방향에는 불안을 느끼면서도 집권의 안정은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일 수도 있고, 표심이 아직 굳지 않아 인지도와 경력이 먼저 반영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두 개의 룰이 맞물린 선거
노선 대립은 제도를 통과해야 결과가 된다. 그런데 이번 전대의 제도는 두 진영이 각각 설계한 규칙이 맞물려 있다.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70%, 국민여론조사 30%를 반영하면서도, 정청래가 대표 시절 추진한 권리당원 1인 1표제가 처음 적용돼 기존 약 17 대 1이던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비중이 1 대 1로 같아졌다. 무게중심을 당원 쪽으로 옮긴 설계다.
반면 최종 당선자를 가리는 계산 방식은 반대편이 원한 제도다. 친청계는 당헌·당규가 결선투표를 명시한다는 점을 들어 선호투표제에 반대했지만, 당무위원회는 이달 14일 선호투표 또는 결선투표를 명문화하는 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1순위 개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하위 후보가 탈락하고, 그 지지층의 2순위 표가 위 후보들에게 합산된다.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 김민석 지지층의 69.4%는 2순위로 송영길을, 송영길 지지층의 53.9%가 김민석을 택했다. 반면 다른 후보 지지층에서 정청래를 2순위로 꼽은 응답은 10%대에 그쳤다. 다만 이 수치는 고민정·김보미 후보를 포함한 5자 구도를 전제한 조사로, 3자 본경선에서는 이양 폭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구조는 분명하다. 노선이 선명할수록 1순위는 단단해지지만, 2순위는 얇아진다. 선명성 노선이 선호투표제 아래에서 안게 되는 구조적 부담이다. 표의 무게를 당원 쪽으로 옮기는 규칙과, 그 표를 합산하는 방식을 넓히는 규칙이 서로를 상쇄하면서, 어느 노선도 제도를 독점하지 못했다. 결국 결과는 제도가 아니라 당원의 판단으로 넘어갔다.
순회 경선은 8월 1일 충남·충북·대전·세종을 시작으로 부산·경남, 제주·인천, 강원·대구·경북, 전북·광주·전남을 거쳐 16일 경기·서울에서 마무리되며, 17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최종 당선자가 가려진다. 3주에 걸친 일정에서 초반 흐름이 만들어지면 그 자체가 다음 지역의 변수가 된다.
8월 17일 대전에서 확정되는 것은 대표의 이름만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외연 확장을 당이 어디까지, 어떤 방향으로 따라갈 것인가. 그리고 그 속도를 당원의 요구에 맞출 것인가, 국정 운영의 조건에 맞출 것인가. 여론조사는 그 표면을 보여줄 뿐이고, 판정은 당원이 내린다.
※인용 여론조사 개요
▲미디어토마토 = 뉴스토마토 의뢰, 7월 20~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36명, ARS(RDD) 무선전화, 응답률 1.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포인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 7월 20~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여론조사꽃 = 자체조사, 7월 17~18일, 전화면접 1,004명·ARS 1,000명, 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조원씨앤아이 = 스트레이트뉴스 의뢰, 7월 18~19일, 전북·전남·광주 1,000명. 권리당원 수치는 당원명부 추출이 아닌 당비 납부 여부에 대한 자기응답으로 분류했으며, 해당 응답층은 가중 기준 298명, 최대 허용오차 약 ±5.7%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고재학 | 에디터(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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