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 시 국힘, 선거비용·기탁금 3975,600만원 반환해야

-같은 조항 아래 선 민주당남은 것은 제도 설계의 몫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대 대선 후보 시절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재판장 조순표) 27일 오후 2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특검의 구형은 징역 2년이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두 발언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고, 선고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라는 이유로 생중계됐다.

 

이 형량의 의미는 형기보다 법적 효과에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범죄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은 무효가 된다. 대통령선거의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된 사람이 보전받은 선거비용과 기탁금을 반환해야 할 주체는 후보자 개인이 아니라 그를 추천한 정당이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청구서는 윤석열 개인이 아니라 국민의힘으로 넘어간다. 규모는 3975,600만원, 2022년 대선에서 국가가 보전해 준 선거비용과 기탁금 전액이다.

 

오늘 판결이 남긴 질문은 한 사람의 형사책임에서 끝나지 않는다. 후보의 말이 허위로 드러났을 때 그 비용을 정당이 어디까지 떠안을 것인가. 한국 정당정치의 책임 구조가 시험대에 올랐다.

 

■법정에 선 두 개의 발언

 

특검이 문제 삼은 발언은 두 개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이던 2021 12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대검 중수부 출신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듬해 1 17일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 인터뷰에서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당 관계자에게서 소개받았을 뿐이며 김건희 여사와 함께 만난 적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민중기 특검팀은 두 발언 모두 허위라고 보고 지난해 12 26일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두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도 있었다고 봤다. 당시의 인식과 기억에 따라 성실히 답했을 뿐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은 아니라는 윤석열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목할 대목은 양형 이유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만으로 선거 결과가 좌우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허위사실공표죄가 보호하려는 선거인의 올바른 의사 결정은 침해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당락과의 직접적 인과는 단정하지 않되, 유권자의 판단이 훼손됐다는 점은 분명히 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이번 범행을 유력 후보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구체적 행위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규정하면서, 후보자가 토론회 등 공개된 자리에서 하는 허위 발언은 선거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397억원, 반환의 조건은 확정이다

 

반환 의무는 오늘 선고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공직선거법 제264조에 따라 형이 확정돼야 당선무효 효과가 발생하고, 그때 제265조의2에 따른 반환 의무가 현실화된다. 항소심과 상고심이 남아 있는 만큼, 오늘 판결은 그 반환 조건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금액은 이미 계산돼 있다. 국민의힘은 20대 대선에서 4256,700만원을 지출했고, 이 가운데 3945,600만원을 선관위에서 보전받았다. 여기에 기탁금 3억원을 더하면 3975,600만원이다. 이 돈은 벌금이 아니다. 후보의 발언이 허위로 확정될 경우, 그 후보를 앞세워 선거를 치른 정당이 국고에 되돌려 놓아야 하는 비용이다.

 

핵심은 "윤석열이 거짓말을 했는가"에만 있지 않다. 더 본질적인 쟁점은 그 발언의 책임이 결국 누구에게 청구되느냐다. 선거 때 후보의 말은 정당의 메시지가 되고, 후보의 해명은 정당의 조직력과 홍보망을 통해 유권자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문제가 터지면 정당은 대체로 이를 개인의 사법 리스크로 분리해 왔다. 유권자가 선택한 것은 한 개인이 아니라 그를 앞세운 정당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책임의 귀속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현금은 116, 청구서는 397

 

숫자를 들여다보면 이 청구서의 무게가 분명해진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국민의힘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당 총자산은 1,315 776만원이다. 대부분 토지 756억원, 건물 160억원 등 부동산과 임차보증금 273억원이고, 현금과 예금성 자산은 116억원에 불과하다. 당 관계자가 인건비와 정치활동비를 대는 것도 빠듯하다고 말한 배경이다.

 

397억원을 반환하라는 고지서가 현실화되면, 현금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당 사무처 관계자가 "여의도 당사를 파는 방법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한 이유다. 2020 7 480억원에 매입한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이 처분 가능 자산으로 거론되는 상황 자체가 이 조항의 무게를 보여 준다.

 

더 눈여겨볼 것은 이 논리를 누가 먼저 꺼냈느냐다. 윤석열 측 변호인은 지난달 8일 결심공판에서 400억원대 선거비용 반환이 정당의 존립에 영향을 준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개인의 형사재판에서 정당의 재정 위기가 방어 논리로 등장한 셈이다. 평소에는 후보의 사법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분리하던 정치 문법이, 정작 비용이 걸린 국면에서는 정당을 방패로 세우는 모양새다.

 

■후보의 말, 정당의 보증

 

대선 후보의 발언은 사적인 말이 아니다. 특히 선거 기간 후보가 의혹을 해명하거나 자신의 자질을 설명하는 말은 유권자의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적 발언이다. 이번에 유죄로 판단된 두 발언 역시 제기된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선거용 해명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정당은 후보의 말 위에 자기 이름을 얹는다. 후보의 메시지를 홍보하고, 반박 논리를 배포하고, 공격을 방어하는 순간 그 말은 이미 개인의 것이 아니라 정당의 보증 아래 유통된다. 그렇다면 그 말이 허위로 드러났을 때 책임 역시 개인에게만 머물 수 없다. 윤석열 개인의 발언이 국민의힘의 회계장부를 흔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즉각적인 결론을 내지 않았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1심인 만큼 대법원 최종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 사안이 이재명 대통령의 허위사실공표 사건과 맞닿아 있다며, 중단된 재판이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는 오늘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윤석열 측 변호인도 결심공판에서 이재명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심이 중지된 점을 들어 형평에 크게 반한다고 변론했다. 판결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상대 진영의 재판을 함께 끌어들이는 대응이 법정과 정치권에서 나란히 반복되는 셈이다.

 

■형은 개인에게, 청구서는 정당에게

 

집행유예 3년이 윤석열 개인에게 갖는 실질적 무게는 제한적이다. 그는 2025 4월 파면으로 직을 잃었고, 지난 9일 대법원에서 공수처 체포 방해 혐의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사법 리스크도 이 사건 하나가 아니다. 명태균 씨에게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도 재판을 받아 이달 13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형이 그의 신병에 추가로 더할 것은 사실상 없다.

 

당선무효라는 효과도 다르지 않다. 형이 확정돼 당선이 무효가 되더라도 그가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지워지지는 않는다. 재임 중 내린 결정이 소급해 번복되지도 않는다. 이미 파면으로 끝난 임기를 뒤늦게 무효로 선언하는 데 어떤 실익이 있느냐는 물음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 조항은 애초에 자리를 겨냥하지 않는다. 반환 규정의 목적이 당선의 지위를 박탈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선거의 공정성을 사후에라도 회복하는 데 있다면, 실효는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 형벌은 개인에게 남고, 청구서는 정당에 남는다. 이 사건에서 실제로 무언가를 잃는 쪽은 피고인석에 앉았던 사람이 아니라 그를 후보로 내세웠던 조직이다.

 

■같은 조항 아래 선 두 정당

 

이 조항이 겨누는 것은 특정 정당이 아니라 구조다. 공직선거법 제265조의2는 승자와 패자를 가리지 않고 후보를 낸 정당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2022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패한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조항 아래 서 있다. 민주당이 20대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은 4317,024만원, 기탁금을 더하면 4347,024만원으로 액수도 더 크다.

 

다만 두 사안의 국면은 분명히 다르다. 윤석열 사건은 오늘 1심 선고로 반환 논의가 현실의 문턱에 들어섰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 사건은 아직 확정 전 단계에 있어 같은 선상에서 단정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두 사건이 같은 조항 아래 있다는 사실은 남는다.

 

그래서 이번 판결은 승패를 넘어 제도의 문제를 남긴다. 후보 개인의 허위 발언에서 비롯된 비용을 정당이 전액 떠안는 지금의 방식이 합당한지, 반환의 시점과 분담 구조는 이대로 두어도 되는지는 아직 유불리와 분리해 논의된 적이 없다. 그 조항이 반대편을 겨누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 논의가 가능한 국면이다. 답해야 할 자리에 있는 쪽은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이다. 자기에게 유리할 때 손대지 않고 불리할 때 감수하는 순서를 지켜야, 제도 개혁은 방탄이 아니라 개혁이 된다.

 

■책임은 왜 늘 늦게 도착하나

 

반환 규정은 분명하지만 현실에서 책임은 늘 늦게 도착한다. 형이 확정되고 선관위가 금액을 고지해야 반환 의무가 비로소 현실이 되며, 정당은 고지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납부해야 한다. 남은 항소심과 상고심을 감안하면 실제 청구서가 도착하는 시점은 몇 년 뒤가 될 수 있다. 정당은 그 시간의 틈으로 숨어들 수 있고, 정치권은 그 틈에서 늘 책임을 희석해 왔다.

 

바로 그래서 이번 판결이 중요하다. 한국 정당정치는 후보를 앞세워 권력을 얻을 때는 집단의 이름으로 움직이고, 문제가 터지면 개인에게 책임을 몰아 왔다. 그러나 후보를 선택한 정당이 그 선택의 비용까지 감당해야만 공천은 권력 게임이 아니라 책임 정치가 된다. 정당은 후보를 공천할 자유가 있지만 그 선택의 비용까지 피해 갈 자유는 없다. 후보의 말로 권력을 얻으려 했던 정당은 그 말의 대가를 함께 치를 준비가 돼 있는가? 이 질문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그리고 한국 정당정치 전체를 향해 있다.

고재학 | 에디터(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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