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46.65% 대 김민석 43.85%… 1승씩 나눠 가졌다
송영길 지지자의 2순위 선택이 최종 승부를 가른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두 번째 순회경선인 부산·울산·경남에서 정청래 후보가 46.65%(25,189) 1위를 기록했다. 김민석 후보는 43.85%(23,675), 송영길 후보는 9.50%(5,129)였다. 1위와 2위의 격차는 1,514, 2.80%포인트다.

 

전날 충청권에서 303표 차로 진 정 후보로서는 일단 반격에 성공했다. 충청권 공식 득표율은 김민석 45.05%, 정청래 44.61%, 송영길 10.34%였다. 두 권역을 합친 누적에서는 정 후보가 55,518·45.51%로 김 후보(54,307·44.52%) 1,211, 0.99%포인트 앞선다. 순위로는 1 1, 누적으로는 정 후보 우위다.

 

그런데도 판세를 읽는 셈법은 김 후보 쪽으로 기운다. 이번 전당대회에 결선투표가 없기 때문이다. 두 라운드 연속 아무도 과반을 넘지 못했다. 누적 1위인 정 후보의 45.51%도 과반에 4.49%포인트 모자란다. 이 상태가 끝까지 이어지면 승부를 가르는 것은 두 후보의 표가 아니라 송 후보 지지자가 적어 넣은 2순위다.

 

가장 좋은 조건에서 나온 46.65%

 

초반 두 라운드는 정 후보에게 유리한 구간이었다. 전장이 그랬다. 충청은 그의 고향 충남 금산이 있는 곳이다. 부산·울산·경남은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을 배출했고, 당내에서 강성 지지층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아온 지역이다. 여기에 정 후보 개인 조직이 막강하다는 관측이 겹쳤다.

 

규칙도 그랬다. 이번 전당대회에는 권리당원 1 1표제가 처음 적용된다. 정 후보가 대표 시절 추진한 제도다. 기존에 약 17 1이던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가 1 1로 같아졌다. 대의원 수가 권리당원에 비할 바 없이 적은 만큼, 당원 투표 70%의 향방은 사실상 권리당원이 결정한다. 순회경선에서 공개되는 것도 권리당원 득표뿐이다. 당원 조직이 강한 후보에게 유리한 설계였다.

 

참여도 그랬다. 부울경 권리당원 선거인단 98,724명 가운데 53,993명이 투표해 투표율 54.69%를 기록했다. 충청권(41.50%)보다 13.20%포인트 높다. 여기서 하나의 통념이 흔들린다. 투표 참여가 늘면 조직 밖 당원이 들어와 정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가설이다. 부울경은 반대였다.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부산(62.37%)에서 정 후보는 김 후보를 1,163표 앞섰다. 부울경 전체 격차 1,514표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나왔다. 적어도 이번 두 권역에서는 참여 확대가 곧 김민석 우위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질문이 달라진다. 전장도 규칙도 참여도 유리했는데 왜 46.65%인가. 지난해 7월 충청권 당대표 경선에서 정 후보는 62.77%를 얻었다. 상대였던 박찬대 당시 후보는 37.23%였다. 올해 같은 지역에서 44.61%. 3파전이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 여유 있게 넘었던 과반선을 올해는 권역 단위로 두 곳 모두에서 넘지 못했다. 문제는 지지층이 줄었느냐가 아니다. 최대치가 어디냐다. 조건이 가장 좋은 판에서 나온 46.65%는 바닥이 아니라 천장에 가깝다. 그리고 그 천장이 50% 아래에 있다.

 

■1위가 아니라 과반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결선투표를 없애고 선호투표제를 처음 도입했다. 당원은 1·2·3순위를 모두 적는다. 1순위 집계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하위 후보를 탈락시키고 그 표를 2순위로 재배분한다. 과반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세 순위를 다 적지 않으면 무효표다. 이 규칙이 부울경 승리의 값을 깎는다. 46.65%는 과반이 아니다. 3.35%포인트가 모자란다. 충청의 44.61% '아깝게 진 숫자'가 아니라 '과반에 5.39%포인트 모자란 숫자'였다.

 

숫자를 견줘보면 이렇다. 두 권역 누적에서 송 후보의 표는 12,156표다. 정 후보가 1,211표 앞서 있으므로, 김 후보는 그 격차를 메우고도 남을 만큼을 재배분에서 가져와야 한다. 절반씩 나뉘면 정 후보가 앞선 채로 끝난다. 정확히 동률이 되는 지점은 55%. 김 후보가 이 선을 넘으면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다만 55%는 오늘까지의 격차에서 나온 값이다. 남은 다섯 라운드에서 정 후보가 우위를 넓히면 김 후보에게 필요한 몫은 더 커지고, 김 후보가 앞서기 시작하면 재배분의 유불리 자체가 뒤집힌다. 고정된 문턱이 아니라 매 라운드 다시 계산해야 하는 값이다. 확인된 것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아무도 1순위 과반을 만들지 못하면 3위 후보 지지자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

 

송 후보는 충청 경선 뒤 취재진에게 부울경 15% 이상, 고향 인천에서 그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부울경 결과는 9.50%로 목표에 못 미쳤다. 그러나 그의 득표율이 오를수록 재배분 물량은 커진다. 이번 경선에서 송영길은 탈락 후보가 아니라 캐스팅보트를 쥔 후보다. 변수는 하나 더 있다. 전략지역으로 분류된 대구·경북·경남의 대의원·권리당원 투표에는 5%의 가중치가 붙는다. 이번 경남에서 나온 표도 최종 합산에서는 액면 그대로 계산되지 않는다.

 

두 권역 모두 안에서 갈라졌다

 

권역별 승패만 보면 놓치는 게 있다. 두 지역 모두 내부가 쪼개졌다. 충청에서는 김 후보가 충남 45.65%(12,484), 충북 47.39%(8,967)로 앞섰다. 정 후보는 대전 48.23%(8,187), 세종 50.28%(2,388)로 우세했다. 광역시·특별자치시에서 정청래, 도 지역에서 김민석이었다. 부울경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정 후보가 부산에서 1,163, 경남에서 634표 앞섰지만 울산에서는 김 후보가 283표를 더 얻었다. 이긴 권역에서도 세 곳 중 한 곳을 내준 것이다.

 

연고 논리와 어긋난다. 정 후보는 고향이 있는 충남·충북에서 밀리고 대전에서 앞섰다. 균열선이 지역 연고가 아니라 당원 유형이라는 뜻이다. 온라인으로 결집한 당원이 많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다르게 움직였다. 이달 16일 경기·서울 경선에는 가장 많은 권리당원이 걸려 있다. 대전형 당원이 많으냐, 충남형 당원이 많으냐가 최종 승부를 가른다.

 

또 하나의 균열은 같은 날 같은 투표용지에서 나왔다. 두 권역 최고위원 누적 1위는 친청계로 분류되는 최민희 후보(55,080·22.58%)였다. 당선권인 5위 안에는 친명계 박선원(16.41%)·서미화(13.72%)·김용(12.41%) 후보가 함께 들어갔다. 친청계 한민수 후보는 14.46% 3위였다. 충청에서 당대표 1위는 김민석, 최고위원 1위는 최민희였다. 같은 당원이 같은 날 내린 결정이다. 노선 전환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견제와 균형의 설계에 가깝다. 당원들은 이재명 정부와 호흡을 맞출 대표를 고르면서, 지도부 안에 다른 목소리를 함께 남겨 두었다.

 

여론조사 30%, 착시가 있다

 

최근 당대표 조사에서 일반 국민은 정 후보가,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 후보가 앞서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를 '정청래의 확장성'으로 읽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전당대회에 반영되는 30%는 전체 국민 조사가 아니다. 역선택 방지 원칙에 따라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대상이 한정된다. 국민의힘 등 타당 지지층은 조사에서 빠진다.

 

이 기준으로 보면 숫자가 뒤집힌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18세 이상 1,033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1순위 선호도는 정 후보 36.9%, 김 후보 28.0%였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만 보면 김 후보 44.9%, 정 후보 38.9%로 역전됐다. 오마이뉴스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1,184명을 조사한 결과도 김 후보 41.6%, 정 후보 37.7%였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사가 지난달 27~29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은 김 후보 34%, 정 후보 29%였다. 물론 조사마다 편차가 있다. 같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0~21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정 후보 35.0%, 김 후보 32.9%로 반대 결과가 나왔다. 한 시점의 수치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격차의 출처는 일관된다. 미디어토마토 지난달 27~28일 조사에서 정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 38.7%, 조국혁신당 지지층 54.4%의 지지를 받았다. 경선에 반영되지 않는 표다. 정 후보의 전국 지지율을 키우는 층이 정작 경선에서는 그를 도울 수 없다. 여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조사에서 야권 지지층이 여당에 덜 유리해 보이는 선택지를 고르는 경향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지표를 곧바로 확장성으로 번역하면 오독이 된다.

 

그렇다고 김 후보에게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의 성격이 다를 뿐이다. 그의 약점은 확장성 부족이 아니라 정부와의 거리 부족이다. 당정 일체는 정부가 순항할 때는 자산이고 흔들릴 때는 부채가 된다.

 

지금은 흔들리는 국면이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NBS에서 이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53% 2주 전보다 2%포인트 내렸다. NBS 기준 취임 후 최저치다. 한국갤럽 7월 넷째 주 조사에서는 긍정 51% 3주 연속 내렸고,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0~24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긍정 46.3%·부정 49.5%로 역전됐다. 주목할 것은 하락의 구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50대의 대통령 긍정 평가는 69.8%에서 57.6% 12.2%포인트 급락했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50대의 민주당 지지는 59.4%였다. 대통령 지지와 정당 지지가 갈라선 것이다. 지지층이 진영을 바꾼 것이 아니라 판단을 유보했다는 뜻이다. 이 유보는 전당대회 표심에도 반영된다. 당원들이 지금 고르는 것은 노선만이 아니다. 정부와 운명을 함께할 대표를 뽑을 것인지, 완충지대를 남길 대표를 뽑을 것인지다.

 

흔히 30%의 여론조사가 정 후보의 안전판으로 읽힌다. 반영 대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다만 이 지표가 흔들리는 것은 맞다. 무당층은 정부 지지율과 정국 상황에 따라 답을 바꾼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의 하락이 무당층 응답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변수다. 경선이 격화될수록 당 지지율에 부담이 쌓이는 것도 같은 방향으로 작용한다. 8 17일 이후 새 지도부가 물려받을 자산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기는 쪽이 가져갈 몫도 함께 줄어든다.

 

진짜 경선은 15일에 시작된다

 

지금까지 치른 두 권역은 전체 경선의 일부다. 충청권 권리당원 163,846명과 부울경 98,724명을 합쳐도 262,570명이다. 전체 권리당원 1557,800명의 16.9%에 그친다. 표의 대부분은 15일 광주·전남·전북과 16일 경기·서울에 몰려 있다. 송 후보의 표현대로 "사실상 원샷 경선"이다. 그 사이 8일 제주·인천, 9일 강원·대구·경북 경선이 있고, 3일 최고위원 TV토론회와 5일 당대표 2 TV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정 후보는 충청 결과 뒤 '다 대 일'로 공격받아 온 상황을 고려하면 훌륭한 성적이라고 했다. 부울경 승리로 그 말에 근거가 붙었다. 누적 1위도 되찾았다. 다만 2 1 구도는 선호투표제 아래에서 감정이 아니라 산술로 작동한다. 그가 답해야 할 질문은 여전히 "이길 수 있느냐"가 아니라 "50%를 넘을 수 있느냐". 김 후보에게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유리하지 않았던 두 권역을 1 1패로 나눠 가졌지만 누적에서는 뒤졌다. 이제는 권리당원이 가장 많은 수도권에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판을 읽는 법이 바뀌었다. 1위를 몇 번 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50%를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그 선에 더 가까운 쪽은 지금으로선 정 후보다. 김 후보가 유리해지는 것은 다른 경로에서다. 아무도 1순위 과반을 만들지 못해 재배분이 열리는 경우다. 조건부 우위이지 확정된 우위가 아니다. 권리당원 표를 정리한 뒤에도 여론조사 30%가 남아 있다. 다만 그 조사의 대상은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이고, 최근 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앞서는 흐름이 나타난다. 정 후보가 재배분을 아예 열리지 않게 하려면 남은 다섯 라운드에서 스스로 1순위 과반을 만들어야 한다. 두 라운드 동안 한 번도 도달하지 못한 선이다.

 

전당대회는 당권 경쟁이지만 국정 일정과 분리되지 않는다. 이번에 뽑히는 대표의 임기는 2년이다. 2028년 총선을 치르고 그 성적표를 남긴 뒤 물러나는 지도부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초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내놓는다. 4050 지지층이 판단을 유보한 상태에서 세제 개편이 어떻게 설계되느냐, 그리고 새 지도부가 그것을 어떤 언어로 방어하느냐가 17일 이후 국정동력을 좌우한다. 남은 다섯 라운드는 당의 얼굴을 고르는 절차인 동시에, 이재명 정부 중반기와 다음 총선을 누가 함께 감당할지 정하는 과정이다.

고재학 | 에디터(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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