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0조 순방 성과보다 주식 계좌와 전·월세 고지서가 민심을 움직였다
대통령은 최저, 민주당은 상승디커플링 속 떠오른 '경제 성적표 청구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45.9%, 부정 50.5%. 리얼미터 조사에서 부정평가가 50%를 넘은 것도, 긍정평가를 오차범위(±2.0%포인트) 밖인 4.6%포인트 차로 앞선 것도 처음이다. 숫자만 보면 흔한 등락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하락은 결이 다르다. 대통령은 빠졌는데 민주당은 올랐다. 같은 날 발표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3.8%포인트 오른 45.1%, 국민의힘은 2.9%포인트 내린 37.7%였다. 양당 격차는 7.4%포인트로 벌어졌다. 정권 전체가 무너지는 그림이 아니다. 민심은 대통령에게만 별도의 성적표를 들이밀고 있다.

 

이 하락은 단순한 이념 대립의 결과가 아니다. 증시가 흔들렸고, 부동산 민심이 나빠졌고, 연임 개헌 논란까지 겹쳤다. 여기에 오늘 국무회의에서는 국민 여론의 반대가 우세했던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번 주는 경제 비상주간이면서 동시에 지지층 재정렬 주간이기도 하다.

 

민심은 '순방 성과'보다 '지갑'을 먼저 본다

 

이 대통령은 이번 해외 순방에서 9500억 달러( 1390조 원) 규모의 투자·협력 성과를 들고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권자가 체감한 화면은 딴판이었다. 주식 계좌는 출렁였고, 부동산 민심은 흔들렸고, 정권은 형사사법 제도 개편 논란까지 한꺼번에 끌어안았다.

 

7월 증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코스피는 월중 한때 33% 넘게 급락했다가, 31일 하루에만 17.91% 급등하며 사상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고도 월간 기준으로는 22.19% 하락 마감이다. 폭락과 폭등이 번갈아 나타난 전형적인 패닉 장세였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신용융자, 개인투자자의 고위험 쏠림 구조가 변동성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본예탁금을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올렸고, 개인별 투자 한도 제한, 모의거래 의무화, 레버리지 배율 긴급조치권 같은 추가 규제도 검토·추진 중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시장은 "사태를 못 막은 정부가 뒤늦게 규제에 나섰다"고 받아들이기 쉽다.

 

부동산도 같은 구조다. 정부는 실거주 중심 과세를 앞세워 비거주 1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 부담 강화를 예고해 왔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실거주 중심 개편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진보 진영에는 조세 정의의 메시지이지만, 시장 참가자들에겐 "대체 어디까지가 나의 부담이 되느냐"는 불안으로 먼저 읽힌다.

 

여기에 연임 개헌 논란까지 얹혔다. 경제가 흔들릴 때 제도까지 손댄다는 인상은 대체로 손해다. 리얼미터가 이번 하락의 배경으로 증시 급락과 레버리지 ETF 파장에 따른 경제 불안, 부동산 세제와 연임 개헌 논란을 함께 거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귀국 3시간 만의 긴급회의, 휴가 반납한 48시간

 

청와대의 반응 속도가 사태의 무게를 말해준다. 이 대통령은 3일 오전 11 43분 서울공항에 도착했고, 3시간여 뒤인 오후 3시쯤 청와대 여민관에서 부동산·주식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짐을 풀기도 전에 경제 상황판 앞에 앉은 것이다.

 

4일부터 이틀간 27개 부···위원회의 업무보고도 받는다. 예정됐던 하계휴가는 반납했다. 순방 직후의 대통령 일정으로는 이례적인 강행군이다. 청와대가 이 일정을 굳이 공개한 것 자체가 메시지다. 경제를 직접 챙기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과 유권자에게 동시에 보내려는 것이다. 문제는 신호가 아니라 결과다. 회의와 보고는 대책의 재료일 뿐, 민심이 기다리는 것은 이번 주에 나올 대책의 내용이다.

 

■30대와 중도층이 먼저 빠진 이유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30대였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30대의 긍정평가는 7.4%포인트 하락했다. 중도층도 3.0%포인트 빠졌고, 남성(3.2%포인트)과 인천·경기(2.5%포인트)에서도 비교적 낙폭이 컸다. 이들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예민한 경제 민심 집단이다. 주식과 ETF, 신용거래에 노출돼 있으면서 전세·월세·내 집 마련의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금융시장과 주거시장의 충격을 한 몸에 받는 세대다.

 

그래서 이번 지지율 하락은 민심의 보수화라기보다 경고에 가깝다. 정치 성향이 바뀐 것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는 신호를 먼저 보낸 것이다. 중도층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중도층은 이념보다 경제적 이익에 민감하다. 그들이 본 건 '개혁'이 아니라 '경제 불안정성의 동시다발'이었다. 증시는 불안하고, 집값은 계속 오르며, 개헌과 사법제도까지 흔들린다는 인식이 겹치면 벌점은 대통령에게 직접 돌아간다.

 

대통령은 빠지고 민주당은 오른다

 

이번 국면의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여기다. 대통령은 취임 후 최저치를 찍었는데 민주당은 올랐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더 내려갔다. 리얼미터는 민주당 상승 요인으로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 통과로 국정 주도권을 부각한 점과 전당대회를 앞둔 지지층 결집을, 국민의힘 하락 요인으로 당내 내홍과 검찰개혁 입법 대응 실패,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유죄 판결에 따른 당 자금 반환 위기를 꼽았다. 이 디커플링은 몇 가지를 말해준다.

 

첫째, 정권 전체의 정당성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은 아니다. 둘째, 야당은 아직 대안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셋째, 민심은 여당 일반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의 위기관리 능력을 더 날카롭게 평가하고 있다. 이 구조는 여권에 양면적이다. 정당 지지율이 버텨주는 동안에는 입법 드라이브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더 빠지면, 그 순간부터는 '당이 청와대 리스크를 얼마나 떠안을 것이냐'가 새 쟁점이 된다.

 

차기 총선 전략에도 여파가 간다. 민주당은 아직 '정권 심판론' 자체를 두려워할 단계는 아니다. 오히려 현 시점에서는 야당 무능론과 경제 리스크 관리론을 동시에 끌고 갈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경제 리더십을 회복하지 못하면, 총선은 '민주당 대 국민의힘' 구도가 아니라 "이재명 리스크를 안고도 여당이 버틸 수 있느냐"의 시험장이 된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코어 지지층 관리' 카드다

 

이 대목에서 국무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봐야 한다. 이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해 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의 법적 근거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야당의 거부권 요구를 물리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를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 정상화의 첫 출발"이라고 규정했다. 남은 절차는 공포뿐이며, 개정법은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이 출범하는 10 2일 시행된다.

 

여론 지형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한국갤럽 조사(7 14~16, 1003)에서 보완수사권 유지 61%, 전면 폐지 23%로 유지론이 압도했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유지 46% 대 폐지 39%로 양론이 비등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거부권 카드를 접었다. 정치적으로 보면 이 법안은 단순한 사법제도 개편이 아니다. 경제 불안으로 30·중도층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 검찰개혁 지지층에게 "개혁은 후퇴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다시 보낸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빠지는데 민주당 지지율은 오르는 디커플링 국면에서, ·청의 방향을 검찰개혁으로 다시 맞춰 코어 지지층 이탈을 막으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검찰개혁 완성"으로 규정한다. 반면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 통과 직후 "이재명 탈옥법"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이 공방 자체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주 정국은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은 30·중도층에게는 경제 안정 신호를 보내고, 핵심 지지층에게는 검찰개혁 완결 신호를 보내야 한다. 두 개의 다른 민심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한 주다.

 

반등 카드가 될까, 추가 하락의 불씨가 될까

 

지금 정부가 테이블 위에 올린 카드는 크게 세 장이다. 증시 안정, 부동산 세제개편, 그리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문제는 이 세 장의 카드가 서로 다른 유권자에게 서로 다른 언어로 읽힌다는 점이다.

 

증시 대책은 시장 안정과 개인투자자 보호의 언어로 설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30·개인투자자는 "정부가 위험한 판을 열어놓고 나중에 투자자만 규제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부동산 세제개편은 조세 정의와 실거주 보호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비거주·초고가·다주택에 대한 부담 강화만 강조하면, 진보 코어는 결집하더라도 중산층·중도층은 더 멀어질 수 있다. 그래서 청년 월세 세액공제 확대, 청년형 ISA 신설, 무주택 주말부부 전·월세 보증금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 확대 같은 보완 카드가 세제개편안에 함께 담겼다. 국민 여론의 향배가 주목된다.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진보 핵심 지지층에게는 검찰개혁 완결의 상징이지만, 중도층에게는 또 다른 갈등 이슈로 읽힐 수 있다. 결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서로 다른 집단에 각기 다른 메시지를 던지되, 전체적으로는 "경제는 안정시키고 개혁은 정교하게 완수한다"는 하나의 서사로 묶어내는 것이다.

 

이번 주가 분수령이다

 

지금 민심은 단순하다. 외교 성과도 좋고, 개혁의 명분도 좋다. 그러나 국민은 결국 자기 주식 계좌와 전·월세 고지서 앞에서 판단한다. 민주당은 아직 버티고 있다. 야당은 아직 대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민심의 요구는 더 선명해진다. 대통령이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가. 그리고 개혁을 무리 없이 밀고 갈 수 있는가.

 

증시 대책이 시장의 공포를 가라앉히고, 부동산 세제개편이 조세 정의와 실거주 보호를 함께 보여주며, 보완수사권 폐지가 진보층 핵심에게 '개혁 완결'로 받아들여진다면, 이번 주는 위기 국면을 반전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증시·부동산·검찰개혁 카드를 모두 꺼내고도 민심이 돌아서지 않는다면, 이번 경고 신호는 차기 총선을 향한 장기 위기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그 갈림길 위에 서 있는 순간이다.

 

인용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 국정수행 평가는 7 27~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2508명 대상(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응답률 3.8%), 정당 지지도는 7 30~31 1002명 대상(±3.1%포인트, 응답률 3.3%). 두 조사 모두 무선 RDD 자동응답(ARS) 방식이며 성별·연령·권역별 림가중을 적용. 한국갤럽 조사는 7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 대상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고재학 | 에디터(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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