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년 만의 형사사법 체계 대전환… 10 2일 시행까지 후속 설계가 관건

국무회의 의결李 대통령 "수사·기소 분리는 정상화 첫 출발"

 

검찰에 남아 있던 마지막 수사 권한이 사라지게 됐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넘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재석 178명 중 찬성 175, 반대 2, 기권 1명이었다. 개정안은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삭제했다. 검사가 수사 주체에서 빠지는 것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2년 만이다.

 

절차는 4일 마무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개정안을 심의했다. 순방 복귀 하루 만이다. 이 대통령은 개정안이 국회가 의결한 법률이라는 점을 들어 거부권 행사에 선을 그었고, 수사·기소 분리를 "비정상적 시스템 정상화의 첫 출발"이라고 규정했다. 소극적 수용이 아니라 적극적 의미 부여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행정안전부의 경찰 수사 공정성 강화 방안도 보고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3일 청와대 앞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고, 공포되면 헌법소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밝힌 터다.

 

법은 국회를 넘어 국무회의 공포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이 법을 떠받칠 조직과 규범은 아직 없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바뀌고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 날은 10 2일이다. 남은 시간은 두 달 남짓이다. 직제 개편과 인력 재배치, 수사준칙, 피해자 보호 입법 가운데 하나라도 비면 현장 혼선은 피하기 어렵다.

 

정치의 시간도 두 달이다. 논란은 법 기술의 영역을 넘어 진영 대결로 번졌고, 여당 안에서도 균열이 드러났다. 여론조사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본지는 앞서 예외 없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원칙은 분명해졌고, 대통령은 출발을 선언했다. 남은 것은 그 원칙을 현장에서 작동시키는 일이고, 그 몫은 정부에 있다.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았나

 

먼저 '과장'을 걷어내야 한다.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은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다. 공소청법은 검찰청법상 검사의 범죄수사권과 특별사법경찰 지휘·감독권을 이미 삭제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은 그 뒤에 남아 있던 보완수사권을 없앤 것이다. 검찰이 이제야 무장해제됐다는 말도, 달라진 게 없다는 말도 정확하지 않다.

 

공소청법 부칙은 시행일을 10 2일로 정하고, 같은 날 검찰청법을 폐지한다고 명시했다. 그날 검찰청은 공소청이 된다. 공소청 검사는 수사를 뺀 공소 제기·유지와 영장 청구 권한을 갖는다. 영장청구권은 헌법 제12조와 제16조에 근거를 둔 만큼 법률로는 없앨 수 없다.

 

수사는 어디로 가는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 등 6대 중대범죄는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신설되는 중수청이 우선 맡는다. 법왜곡죄와 공소청·경찰·공수처·법원 공무원의 재직 중 범죄도 중수청 몫이다. 나머지는 경찰이 담당한다. 수사기관은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중수청, 공수처 세 축으로 재편된다. 30년 논쟁의 목표였던 수사·기소 분리가 조문 위에서는 완성됐다. 문제는 작동 방식이다.

 

안전장치는 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개정안에는 여러 장치가 들어갔다.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경찰이 거부할 수 있게 한 근거가 삭제됐다. 요구를 받으면 반드시 착수해 결과를 통보해야 하고, 기한은 원칙적으로 1개월이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은 더 짧게 정할 수 있다. 연장은 검사가 직권으로, 또는 경찰 신청을 받아 1 1개월까지만 가능하다.

 

국회 법사위 심사에서 통제 장치도 보강됐다. 검사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요구가 이행되지 않으면 징계나 수사관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적정한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우면 상급 기관이나 다른 수사기관에 요구하는 길도 열렸다. 피해자도 이의제기를 통해 수사관 교체나 중수청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불송치 이의신청 자격은 고소인과 피해자에서 고발인까지 넓어졌다. 준비가 전혀 없다는 야당의 주장은 과장이다.

 

이것으로 충분한가는 다른 문제다. 핵심은 1개월이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도 3개월을 넘기는 사건이 부지기수인데 1개월 기한은 비현실적이라며, 결국 부실 이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완수사 요구가 폭증하고 수사가 지연되면서 품질 저하가 심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권한을 넘겨받는 경찰도 편치 않다.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 전건송치 방침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반발이 나왔다. 현장 부담을 실제로 지는 쪽의 경고다. 정부가 4일 국무회의에서 경찰 수사 공정성 강화 방안을 함께 다룬 것은 이 불안을 의식한 조치다. 방안이 선언에 그칠지, 제도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최종안에 끼워 넣은 조항은 논란을 키웠다. 민주당은 중대한 위법 수사에 의한 공소 제기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공소 제기를 공소기각 사유에 추가했다. 여권은 대법원 판례를 명문화했을 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겨냥한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수사 구조 개편과 직접 관련이 없는 조항이었다. 개혁의 정당성은 절차의 결백에서 나온다.

 

정책 여론과 지지율은 왜 갈라졌나

 

숫자는 냉정하다. 한국갤럽 조사(지난달 14~16, 1003)에서 보완수사권 유지 응답은 61%, 전면 폐지는 23%였다. 중도층에서는 64% 23%로 벌어졌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46% 39%로 유지가 앞섰다. 방향은 더 나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지난달 20~21, 1000)에서 폐지 반대는 한 달 새 47.7%에서 55.3%로 늘었다. 핵심 지지층인 40대와 50대에서도 반대가 앞섰다. 지지 기반 안에서도 확신이 흔들린다는 뜻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최저치를 찍었다. 리얼미터 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 지난달 27~31, 2508)에서 긍정 평가는 45.9% 3주 연속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50.5%로 처음 50%를 넘었고, 부정이 긍정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도 취임 후 처음이다. 30대가 7.4%포인트 내린 31.9%로 낙폭이 가장 컸다. 리얼미터는 증시 급락과 부동산 세제·연임 개헌 논란에 더해 보완수사권 폐지 입법 강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것은 정당 지지도다. 같은 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7 30~31, 1005)에서 민주당은 45.1%, 국민의힘은 37.7%로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정책 여론과 정당 지지가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법안 통과는 지지층을 묶는 데 성공했지만 정책 자체에 대한 동의는 얻지 못했다. 결집은 방어선이지 확장선이 아니다. 8·17 전당대회가 끝나 결집 요인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정책 평가다.

 

배경도 분명하다. 폐지 반대 여론은 검찰에 대한 호의가 아니라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다. 지난 5월 장윤기 사건이 그 불신에 불을 붙였고, 광주지법은 지난달 21일과 31일 두 차례 이 사건 전 광산경찰서 형사과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사건에서 벌어진 일이다. 여기에 전당대회를 앞둔 선명성 경쟁이 겹쳤다. 당원을 향한 언어가 일반 유권자에게는 다른 언어로 읽혔다. 국민은 원칙만 보지 않는다. 결과를 본다.

 

남은 두 달, 정부와 여당이 해야 할 일

 

불신의 뿌리가 경찰 수사에 있다면 답도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승리의 선언이 아니라 수습의 능력이다.

 

첫째, 피해자 보호 입법이 가장 급하다. 아동학대·성범죄·가정폭력·스토킹 등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 전건송치는 이번 형소법에 담기지 않았고, 민주당은 개별법 개정을 택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김성회 대변인은 지난달 30 8월 중 입법을 밝혔지만,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2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 전 처리'로 일정을 늦췄다. 시행일은 10 2일이다. 국정감사 전이라는 말은 시행일 이후가 될 수 있다는 뜻이고, 그 경우 보완수사권도 전건송치도 없는 공백이 열린다. 손질할 후속 법률만 190여 건이다. 필요한 것은 약속이 아니라 시행일 이전을 못 박은 처리 일정이다.

 

둘째, 공소청 조직 개편안을 공개해야 한다. 개청준비단이 지난 5월 꾸려졌지만 직제 개편안도, 6000명 수사관의 재배치 로드맵도 아직 없다. 단장인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사의를 밝힌 상태다. 셋째, 하위 규범이다. 보완수사 1개월 기한이 지켜지지 않으면 무엇이 뒤따르는지 시행령과 수사준칙에 담겨야 한다. 기한만 정하고 담보 장치를 비워두면 지연을 제도화하는 결과가 된다. 넷째, 경찰 수사 역량 보강이다. 사건은 늘고 견제는 줄었다. 인력과 인프라가 함께 늘지 않으면 부실 수사는 구조적으로 반복된다.

 

다섯째, 피해자 구제 절차의 실무 정착이다. 이의신청 주체가 고발인까지 넓어졌지만 안내와 조력이 없으면 아는 사람만 쓰는 권리가 된다. 여섯째, 점검 체계다. 수사 기간과 이의신청 처리, 보완수사 요구 이행률을 반기마다 집계해 국회에 보고하고 공개해야 한다. 시민이 경찰권을 통제하는 제도(독립 감찰·조사위원회, 자치경찰 권역화,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는 본지가 7 15일 다뤘지만 여전히 도면 상태다. 검찰이 빠진 자리를 시민이 채우지 못하면, 그 자리는 다시 검찰을 부른다.

 

개혁의 언어에서 국정의 언어로

 

법안 의결은 상징이다. 상징을 국정 동력으로 바꾸는 일은 별개다. 대통령이 거부권 요구를 물리친 근거는 정책에 대한 동의가 아니라 국회 입법권 존중이라는 절차의 논리였다. 갤럽 조사에서 유지 의견이 61%였던 정책 지형을 의식한 화법으로 읽힌다. 절차의 논리로 출발한 개혁이 지지를 얻으려면, 결국 내용으로 증명해야 한다.

 

민주당은 8·17 전당대회 순회경선에 들어갔다. 1일 충청권과 2일 부산·울산·경남 권리당원 투표를 합산한 누적 득표율은 정청래 45.51%, 김민석 44.52%. 송영길 후보는 10%를 밑돌았다. 접전일수록 선명성은 유혹적인 자원이 된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끝나면 당은 다시 집권 여당의 언어를 찾아야 한다. 갤럽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보완수사권 유지 의견이 앞섰다. 당원을 향한 언어가 지지층에게조차 닿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당 지지도 반등을 정책 동의로 읽으면 오독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검찰개혁은 완수 선언이 아니라 설명의 과제다. 사건이 늦어지면 왜 늦어지는지,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어떤 절차가 이어지는지를 알려야 한다. 설명 없는 개혁은 체감되지 않는다. 체감되지 않는 개혁은 지지받지 못한다. 공소기각 조항을 둘러싼 의혹에도 정면으로 답해야 한다. 대통령 재판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면 근거를 밝히고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면 된다. 침묵은 의혹을 키우고, 의혹은 개혁 전체의 정당성을 갉아먹는다.

 

72년 만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법은 공포 수순에 들어갔고 시계는 10 2일을 향한다. 남은 시간은 59일이다. 대통령 스스로 이 개혁을 '첫 출발'이라고 했다. 출발선의 선언을 완주로 만드는 두 달이 남은 것이다. 이 두 달을 어떻게 쓰느냐가 검찰개혁을 이재명 정부의 자산으로 만들지, 정치적 짐으로 남길지를 가른다. 개혁은 통과시키는 순간보다 작동시키는 순간이 더 어렵다.

 

한국갤럽 조사는 7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CATI) 방식으로 진행. 응답률 11.1%,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7 20~21 10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리얼미터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국정수행 평가의 경우 7 27~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2508(±2.0%포인트), 정당 지지도는 7 30~31 1005(응답률 4% 내외, ±3.1%포인트)을 대상으로 무선 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 두 조사 모두 95% 신뢰수준이며 성별·연령·권역별 림가중을 적용.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고재학 | 에디터(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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