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의 질문은 채웠지만, 개혁의 질문은 비워 둔 설계도

 

10 2일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조직도가 공개됐다. 행정안전부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4 '중대범죄수사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중대범죄수사청 수사관 임용령' 제정안을 발표하고 5일부터 10일까지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총 정원 2874, 본청과 6개 지방청 체제다. 같은 날 검사의 직접수사권·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해, 10 2일 새 형사사법 체제의 동시 출범이 확정됐다.

 

언론의 관심은 하나다. "두 달 안에 개청이 가능한가." 인력 선발과 교육,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구축, 청사 확보를 열거하며 '개문발차'를 우려하는 기사가 쏟아진다. 그러나 이는 행정의 질문이지, 개혁의 질문이 아니다. 검찰개혁의 출발점은 '통제받지 않는 수사권력'을 민주적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직제안을 평가하는 기준도 그 지점에 맞춰져야 한다. 이 설계도 안에 검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장치가 들어 있는가.

 

통제의 잣대로 다시 읽는 직제안

 

직제안의 뼈대는 이렇다. 중수청은 서울에 본청(396)을 두고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6개 지방청을 설치한다. 본청은 수사를 직접 하지 않고 전국 수사정책 수립과 지방청 수사 지휘·감독을 맡는다. 실제 수사는 지방청이 수행하며, 수사 대상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내란·외환 포함사이버·법왜곡의 7대 중대범죄다.

 

견제의 관점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검사 파견 문제다. 올해 1월 공소청법 정부안 초안 부칙에는 중수청 출범 후 2년간 공소청 검사를 파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자문위원들이 공소청이 중수청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취지로 반발하면서 입법예고 전에 삭제됐다. 현행 제도에서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에 파견돼 직접 수사에 참여하는 통로는 설계돼 있지 않다. 이는 단순한 인사 규정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검찰화'를 차단하는 핵심 안전판으로 읽을 수 있다. 과거 수사와 기소를 한 손에 쥔 검찰은 수사로 기소를 설계하고 기소로 수사를 정당화했다. 파견 통로의 차단은 이 순환 고리를 조직 차원에서 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파견 통로가 없는 만큼 중수청은 외부의 공소청 검사와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개청준비단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영장 청구, 송치·기소 단계까지 필요하면 중수청이 공소청 의견을 수시로 듣도록 해, 보완수사 요구로 사건이 오가며 생기는 수사 지연을 막는 협력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류 언론은 이를 '수사 지연 리스크'로 보도하지만,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이 서로의 판단을 거치도록 만드는 것은 비효율이 아니라 상호 견제의 비용이다. 민주주의는 원래 효율적이지 않다. 권력 통제의 장치는, 언제나 속도와 편의보다 앞서야 한다.

 

보완수사의 새 경로도 이번 직제에서 처음 윤곽을 드러냈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1차 수사한 사건을 검사의 요청으로 중수청이 보완수사하는 전담조직, 사회약자범죄특별수사팀(서울청은 특별수사과)이 본청과 각 지방청에 설치된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보완수사의 소멸'이 아니라 '요청과 수행의 분리'로 재설계됐음을 보여주는 첫 조직도다.

 

행안부 설명에 따르면, 중수청 산하 서울지방중수청에는 전체 정원의 약 38% 1089명이 배치되고, 청장 아래 차장 3명과 경제범죄·금융범죄·반독점·반부패·마약·첨단수사 등 6개 수사국이 설치된다. 수원·대전 등 나머지 5개 지방청은 청장 아래 차장 1명만 두고, 그 아래 경제범죄수사국·반부패수사국·사무국만 두는 구조다.

 

사건 집중도를 고려한 배치라는 설명은 타당하다. 그러나 검찰의 병폐, 특히 선택적 수사와 권력형 사건 처리가 응축됐던 곳이 바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권력형 사건이 몰리는 서울에 수사 역량이 집중되는 구조는 불가피하더라도, 그 집중이 다시 '선택적 수사'의 온상이 되지 않으려면 별도의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 본청과 서울청이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한 건물에 함께 입주한다는 사실은, 감독 기능과 최대 수사 조직의 물리적 거리마저 사라진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검찰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장치는 있나

 

직제안이 통제 장치를 아예 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본청에는 감찰관을 두고, 각 지방청에는 수사심의담당관과 인권보호담당관을 설치해 수사 과정의 적정성과 인권 보호를 점검하도록 했다. 수사관 임용권도 분산했다. 1·2급 수사관은 대통령, 3~5급은 행안부 장관이 임용하고, 중수청장은 임용 추천권과 6급 이하 임용권을 갖는다. 정부는 이를 강력한 수사권 행사에 대한 권한 집중을 막기 위한 민주적 통제 장치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내부 통제 설계가 낯익다는 데 있다. 검찰에도 대검 감찰부가 있었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도 있었다. 그러나 감찰부는 제 식구를 제대로 감찰하지 못했고, 수사심의위 권고는 번번이 무시됐다. 내부 통제 기구의 존재가 아니라 그것의 작동을 보장하는 구조가 관건이라는 것을, 우리는 검찰의 역사에서 이미 배웠다.

 

그 기준으로 보면 직제안이 답하지 않은 질문이 선명해진다. 첫째, 중수청장 인선이다. 수사기관의 정치적 독립성은 결국 인사에서 결판난다. 임명 절차 자체는 이미 법정화돼 있다. 중수청장은 9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가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추천한 후보 가운데 행안부 장관이 제청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출석 과반 찬성으로 추천하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보다 엄격한 요건이고, 임기는 2년 단임이다.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출범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 후보추천위 구성 등 임명 절차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절차가 촉박해질수록 검증은 형식이 되기 쉽다. 2년 단임은 검찰총장과 같은 임기인데, 그 구조가 검찰총장의 정치적 독립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여기에 중수청은 행안부 산하 외청이라는 위치 때문에 오히려 검찰보다 더 직접적인 정부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정부가 통제 장치로 내세운 임용권 분산도 뒤집어 보면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수사 실무의 중추인 3~5급 수사관의 임용권을 행안부 장관이 쥐는 구조에서, 장관의 인사권과 수사의 독립성 사이에 어떤 방화벽이 작동하는지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이는 보수 진영의 공격 논리이기 이전에, 개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진보 진영이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다.

 

둘째, 수사 개시·종결 기준의 투명성이다. 검찰의 선택적 수사, '누구는 수사하고 누구는 덮는' 문제는 수사 개시와 종결의 재량이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중수청의 수사 개시 기준, 종결 사건의 기록과 공개 범위는 직제만으로 알 수 없다. 지난 6월 입법예고된 시행령안에는 고소·고발인과 피해자,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이 수사 결과를 통지받은 날부터 90일 안에 수사심의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담겼지만, 그 심의 결과가 구속력을 갖는지는 불확실하다. 수사준칙 등 후속 법령에서 이 재량의 윤곽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셋째, 외부·시민 통제다. 감찰관도 수사심의담당관도 중수청 내부 기구다. 국회의 상시 감독 체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외부 심의 장치에 대한 설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스픽스뉴스가 보완수사권 폐지 국면에서 일관되게 지적했듯, 수사권력의 이동은 그 자체로 개혁이 아니다. 이동한 권력에 대한 시민적 통제가 설계될 때 비로소 개혁이 완성된다.

 

넷째, 절차의 문제다. 이번 입법예고 기간은 5일부터 10일까지, 엿새에 불과하다. 행정절차법이 예외적 단축을 허용한다 해도, 76년 검찰 체제를 대체하는 조직의 설계도를 국민이 검토할 시간으로 엿새는 짧다. 개혁의 정당성은 내용만이 아니라 절차에서도 나온다. 개혁이 절차적 흠결로 공격받을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법무부 업무보고가 확인해 준 '후속 설계'의 빈칸

 

이 질문들이 한가한 우려가 아니라는 점은 5일 정부 업무보고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 업무보고에 앞서 연 브리핑에서, 검찰과 경찰 등이 함께 수사하는 마약범죄 합동수사본부를 비롯한 약 9개 합동수사기구를 10월 이후 어떤 형태로 유지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합수본의 활동과 설치 근거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검사의 수사권이 사라진 뒤에도 지금 방식대로 수사하면 수사권 없는 검사가 확보한 증거의 증거능력이 문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또 중대범죄는 법리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수사가 어려워 초기부터 법률적 판단과 조언이 필요하다며, 일선 수사는 경찰이 맡더라도 공소청이 법률 자문을 어떻게 지원할지를 수사준칙과 관련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촘촘히 정해야 한다고 했다. 주무 장관의 이 발언은 역설적으로 조직도는 나왔지만 새 체제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한 설계(합수본의 법적 근거, 증거능력의 공백, 수사준칙의 세부 등)는 아직 빈칸이라는 것을 정부가 스스로 확인해 준 셈이다. 개혁의 성패를 가를 내용은 대부분 이 빈칸에 남아 있다.

 

■10 2, 확인해야 할 네 가지

 

'실패할 것'이라는 보수 진영의 예언도, '성공할 것'이라는 여권의 낙관론도 검증 가능한 명제가 아니다. 대신 10 2일 출범 시점에 다음 네 가지를 확인하면 된다.

 

첫째, 후보추천위원회와 인사청문 절차가 형식이 아니라 실질 검증으로 작동해, 청장 인선이 정치적 논공행상이 아니라 수사 전문성과 독립성 기준으로 이뤄졌는가. 둘째, 수사 개시·종결 기준과 기록·공개 원칙이 수사준칙에 명문화됐는가. 셋째, 감찰관·수사심의담당관의 심의 결과가 공개되고 불이행 시 책임을 묻는 장치가 마련됐는가. 넷째, 국회 또는 외부 위원회 형태의 상시 감독 체계가 출범과 함께 가동되는가.

 

이 네 가지가 갖춰지면 중수청은 검찰 체제와 질적으로 다른 수사기관이 된다. 갖춰지지 않으면, 2874명의 조직은 간판만 바꾼 또 하나의 통제받지 않는 수사권력이 될 위험을 안고 출발하는 것이다. 입법예고는 10일 끝난다. 이 질문들에 답할 시간은 많지 않지만, 아직 남아 있다.

고재학 | 에디터(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 Recent posts